◎ No, 9
◎ 이름:한화룡 (hwahan@hananet.net)
"공격받은 미국"을 통해 본 남한과 북한  

지난 9월 11일 미국의 경제, 군사, 문화의 심장부가 공격받았다.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와싱톤의 국방부 건물이 할리우드가 즐겨 만들던 테러 영화보다 더 극적인 방법으로 폭파당했다. 이 테러 사태는 오늘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공격받은 미국
민간인 여객기를 납치해 자살 테러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만행이다. 따라서 이번 테러는 "미국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자 도전"이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중동에서 힘을 남용해온 것에 따른 댓가라는 지적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성적 방종, 이혼과 매춘의 증가, 마약과 폭력의 만연 등 미국의 도덕적 타락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새들백교회의 릭 워렌 목사의 말처럼, 아무쪼록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에 회개의 운동이 일어나 청교도 신앙을 회복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 사건을 강건너 불 구경하듯 하고 한국 사회 현실에 관련시켜 보려는 시도와 노력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점에서 예수님 당시에 발생한 비슷한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예루살렘성이 사용하는 저수지가 위치한 실로암의 망대가 무너져 열여덟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사건 소식을 접한 예수님은 관련된 사람들의 죄악성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회개할 것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도 만일 회개치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 13:5).

공격받는 북한
필자는 이같은 맥락에서 오늘날 북한이 겪고 있는 곤경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단순한 공산주의 독재국가가 아니다. 해방후 1970년대까지 나름대로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려는 정치적 이상과 신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후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세습왕조 국가로 변질해 김부자에게 맹종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거대한 수용소군도가 되었다. 또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북한 주민들이 보인 반응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사이비 종교 집단과도 같다. 한 마디로 북한은 김일성 수령을 교주로 하는 수령교 국가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 그가 생전에 집무하던 금수산 의사당에 북한의 식량부족분 3년치를 구입할 수 있는 거금 8억 9천만 달러를 들여서 거대한 기념궁전을 만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현재 북한 전역에는 김부자를 찬양하는 수만개의 기념비와 탑이 있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 결말이 자명해진다. 왕조 및 신정국가인 북한이 그 체제의 특성상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남한과 통일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이치이다. 통일이 될 경우 북한 지도부는 온갖 기득권을 다 잃게 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북한 체제의 허구와 지도자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지도부는 남북화해와 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남한을 이용해 북한 정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외형상으로 볼 때 북한 지도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인적, 물적 교류로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것같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치학습의 강화와 비판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벌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지속되고 있는 외국의 원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난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 대가뭄으로 북한은 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란 예측이다.

우리는 오늘날 북한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곤경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우리는 오늘날 북한이 처한 현실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김일성 부자를 우상시하며 교회당을 지어놓고 사기를 치는 북한체제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남한과 중국에는 비가 오고 풍년이 드는데 북한에만 비가 오지 않고 흉년이 드는 현실을 영적인 차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북한 주민들을 살린다는 인도주의 정신과 원수까지 사랑하는 기독교 정신의 차원에서 북한을 물질적으로 돕는 일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 교회는 북한에 물질만 갖다주는 수준을 넘어서 하나님의 심판과 관련된 영적 메시지를 북한 지도부에 전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공격을 받는 북한의 지도부와 그 인민들을 진정 위하는 길이다.

공격받을 남한
필자는 이같은 맥락에서 오늘날 남한이 처한 현실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현재 남한은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외국 언론이나 인권 단체는 북한의 현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에, 같은 동포요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한국 사회는 북한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정치범 수용소에서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사경을 헤매는 20만 수인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10-20만 탈북자들은 노동착취, 인신매매, 강제송환의 위험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북한은 미쳤고 남한은 썩었다"는 한 탈북자의 지적처럼, 현재 남한 사회에는 물질만능주의와 빈부격차, 부정부패와 성적 문란,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주의 등 각종 병폐와 죄악이 만연하고 있다. 그러면서 임박한 통일을 맞이할 준비를 변변히 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에서 통일이 갑자기 이루어지면 남한 사회에 축복이 되기보다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매우 많다.

더욱이 민족통일과 북한선교의 향도요 견인차가 되어야 할 남한 교회마저도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영적 능력이 미흡한 실정이다. 물론 일반 사회에 비해 교회가 북한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엄청난 문제와 상처를 지니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껴안을 수 없을 만큼 남한 교회가 세속의 때로 찌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 편으로 연이어 터져나오는 대형교회 관련 스캔들과 각종 사회 비리에 연루된 교회 중직자들의 일그러진 모습 속에 점차 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해가고 있고, 다른 한 편으로 방황하는 기독청년들의 수가 늘고 주일학교 학생들의 수는 줄어드는 한국교회가 민족통일과 북한선교를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오히려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 돌발적인 사태 - 남북간의 전쟁이나 북한의 내전, 주변 강대국들의 군사적 개입, 대규모 난민 발생과 혼란, 남북한 주민들 간의 반목과 갈등 등 - 로 인해 통일이 남한 사회와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외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악화되는 북한의 식량난과 끊임없이 발생하는 탈북자들은 남북통일의 과정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전조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통일은 오고 있으며 이제 우리는 그 날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통일의 그 날이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되도록 기도하며 행동할 때인 것이다. "혹 내가 하늘을 닫고 비를 내리지 아니하거나 혹 메뚜기로 토산을 먹게 하거나 혹 염병으로 내 백성 가운데 유행하게 할 때에 내 이름으로 일컽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지라"(대하 7:13-14).

(강변교회 교육목사, 평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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