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7
◎ 이름:한화룡 (hwahan@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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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과 도전
2000년 6월 13-15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지도 어느덧 일년이 다되어간다. 분단 55년만에 이루어진 만남인지라 그 때의 감격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분주한 이벤트성 행사와 화려한 정치적 수사에 비해 별 실속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말 서울에 오는 것인지, 통일은 언제나 이루어질 것인지, 아니면 섣부른 남북경협사업으로 오히려 남한 경제가 약화되는 것은 아닌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이같은 일련의 사태 진행을 통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남과 북으로 갈려져 있다는 것과 한국 교회가 통일과 선교라는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시대에 한국 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소명은 무엇인가? 한국 교회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것처럼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들어와서 심각한 경제난과 가혹한 정치적 독재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다. 또 북한 정권은 정권대로 북한 주민들이 그동안 신봉해왔던 4대 신화 - 북한 주민들은 일제 시대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하고 (해방신화) 한국전쟁 당시 북침한 미제를 물리친 (승리신화) 김일성 수령의 영도 아래 북한에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건설한 것으로 믿고 있다 (낙원신화). 반면에 남한은 미제의 압제 아래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불쌍한 남녘동포들을 해방하기 위해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을 감수해 왔다 (통일신화). - 가 속절없이 붕괴하면서 이제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한화룡, 4대 신화를 알면 북한이 보인다 (서울: IVP, 2000) 참조.
따라서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구원),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며 (구제), 정치적 폭압과 인권 유린에서 자유케 하는 (구출) 선교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한화룡, “‘국가부도’ 시대의 북한선교를 생각한다,” 목회와 신학 1998년 3월, pp.123-125.
이런 관점에서 북한 선교는 21세기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교회의 절대적 사명이며 결코 피할 수 없는 중차대한 도전이자 과제다.
필자는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통치 하에서 북한 주민들이 가졌던 꿈과 좌절을 바로 이해하는데에 민족 통일과 북한 선교의 열쇠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50년동안 북한 주민들이 품었던 꿈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 꿈은 어떻게 좌절되었는가? 기독교 신앙은 좌절한 북한 주민들의 꿈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한국 교회는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끌만큼 매력적인 신앙 공동체인가?
1. 수령교 교주 김일성과 기독교의 하나님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1930년대와 40년대초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했다. 훗날 그 경력이 과장되고 왜곡되었지만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서 조선을 해방시킨 것으로 알고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였다. 어떤 면에서 해방 이후 50년 이상 북한 사회를 이끈 것은 김일성의 카리스마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수령을 교주로 한 수령교의 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김병로, 북한사회의 종교성: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종교양식 비교 (서울: 통일연구원, 2000), p.70.
필자는 금강산 암벽 여기저기에 <경애하는 김일성 수령 만세>, <조선아 자랑하자. 오천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김일성 동지를 수령으로 모셨던 영광을>과 같은 문구들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김일성 수령은 1994년 7월 8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리고 북한은 빠져나오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이 위기가 우리 한국 교회에게는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됨을 알아야 한다. 이제 한국 교회는 절망에 빠진 북한 주민들에게 살아계신 하나님과 그 소망을 선포하고 증거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유물론적 사상 교육을 받은 북한 주민들에게 하나님의 존재와 천지창조를 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변증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필립 은, 내래, 예수 믿갔시오 (서울: 진흥, 2000), pp.81, 219.
1980년 후반 이후로 사회 전역에 미신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북한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호기라고 할 수 있다.
2. 6.25 전쟁과 조국해방전쟁, 그리고 사랑의 원자탄
1950년 6월 25일 김일성은 전격적으로 남침하여 민족사에 돌이킬 수 없는 참화를 일으켰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미제가 남조선괴뢰도당을 사주하여 북침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또 북한주민들은 6.25 전쟁을 조국을 해방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교육받아 왔다. 또 이 전쟁에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을 능가하는 피해를 입은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점에서 6.25 전쟁/조국해방전쟁은 남북한 사람들에게 사실의 문제 차원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해방후 지주와 소작인의 갈등, 극심한 좌우대립과 토벌을 명분으로 한 군경의 민간인 학살, 좌우익 간의 상호보복 등의 과정에서 십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6.25 이전에 살해되었다. 김동춘, 전쟁과 사회 (서울: 돌베개, 2000), p.201.
또 전쟁의 와중에서 인민군 뿐만 아니라 국군과 미군들도 적지 않은 만행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 남북의 민간인들, 소위 빨갱이와 반동 가운데 피비린내나는 살육이 있었던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임성연 외, 6.25 전쟁 50주년 기념 체험 수기 응모작선, (서울: 조선일보사, 2000) 참조.
또 이 복수극의 와중에 일부 기독교인들이 화평케하는 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참여한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북한교회사 집필위원회, 북한교회사 (서울: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1996), pp.410-411.
따라서 통일을 앞둔 이 시점에서 6.25 전쟁의 책임을 전적으로 북측에 전가하는 것은 남북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같은 태도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 타당성이 없으며 통일시대에 필요한 역사적 교훈을 얻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북측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남북간에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비극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한국 교회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폭력이 아니라 사랑을, 증오가 아니라 용서를 심는 통일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오늘 남북한에 필요한 것은 대포동 미사일도 아니고, NMD도 아니다. 손양원 목사님이 삶과 죽음으로 빚어낸 사랑의 원자탄이다. 손동희,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 (서울: 아가페, 1999), 개정판, pp.189-327.
3. 사회주의 지상낙원과 임마누엘 코이노니아
김일성은 해방후 북한에 들어와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가난한 농민들에게 자경할 수 있는 땅을 무상으로 나누어준 것이다. 한 마디로 모두 잘 살아보자는 사회주의 건설이 시작된 것이었다. 또 김일성은 전후 황폐해진 북한을 재건하여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1980년대까지 북한 주민들이 외치던 “우리는 행복해요,” “세상에 부럼없어라”는 구호는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우리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파탄지경에 있으면서도 북한 지도부가 “사회주의 지키세,”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구호를 내거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또 북한 주민들이 오늘날 북한이 처한 위기를 사회주의 체제 자체의 구조적 한계나 필연적 결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일시적 경제난이나 당간부들의 부패로 인한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있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현성일, “통일을 위한 남한의 정치사회적 변화방향,” 통일을 위해 남한도 변해야 한다, 이영선 편 (서울: 오름, 1998), p.20.
북한과는 달리 남한은 피난온 북한 출신 기독교인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천만성도를 자랑하는 부흥을 이루었다. 아울러 한국 사회는 자가용 승용차가 없는 집이 드물고 핸드폰이 없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넉넉한 풍요와 자유를 구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통일한국을 눈앞에 둔 오늘날 하나님은 한국 교회에 무엇을 원하실까? 그것은 공산혁명도, 자본주의도 아니다.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예수 십자가 혁명을 통한 코이노니아(기독교식 사회주의)다. 계급투쟁과 독재가 판치는 공산당이 아니라 사랑과 은혜가 넘치는 예배당이다.
남북통일을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 한국 교회는 기독교가 부패하고 타락했을 때, 그래서 힘있는 자들을 편들고 가난한 자들을 무시했을 때 공산주의가 득세한 과거 세계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통일 한국에 불의와 착취가 만연할 때, 특히 힘없고 가난한 북한 출신들이 무시를 당할 때, 한국 교회가 선지자적 입장에서 주류 사회를 비판하면서 목자적 태도로 북한 출신 주민들을 돌보지 못한다면 언젠가 또 다른 형태의 반기독교 운동이나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4. 남북통일과 예수통일
북한 주민들은 남한 동포들이 미제의 억압 아래 헐벗고 굶주리는 것을 알고 남한을 해방하는 일에 진력해 왔다. 하지만 실상은 북한 동포들이 김정일 독재 정권의 억압 아래 헐벗고 굶주리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남한 동포들이 북한을 해방하는 일에 진력할 때이다.
그러면 어떻게 북한을 해방시킬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북한을 통일시킬 것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십자군이 되어서 북한 주민들의 심장을 향하여 복음의 화살을 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의 참 사랑을 그들이 깨달을 때 북한 주민들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영원을 바라보며 오늘 현재를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복음만이 북한 주민들을 구원하며 복음만이 그들을 치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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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