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5
◎ 이름:한화룡 (hwahan@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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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대 신화, 5 대 현상, 6 대 과제
2000년 6월 13-15일 분단 55년만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며 북한선교에 임해야 하는가? 막연한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에 기초해 남북통일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뜨거운 가슴과 더불어 냉철한 머리로 북한선교를 설계해야 한다. 이 점에서 필자는 무엇보다도 북한을 바라보는 바른 시각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수십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반공교육과 그에 대한 강한 반작용으로 말미암아 북한에 대한 왜곡과 편견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리스도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보고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50년 역사라는 큰 흐름 안에서 오늘의 변화를 바라보는 성숙한 자세가 아쉽다. 필자가 최근 출간한 책 4대 신화를 알면 북한이 보인다 (IVP)에서 주장한 것과 같이 북한을 수십년간 지탱해온 4대 신화와 그 효력이 약화되면서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북한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5대 현상에 비추어 북한의 장래와 통일의 가능성을 전망하고 효과적인 북한 선교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I. 4대 신화 - 1950-80년대의 북한
북한이라는 한 국가가 어떤 모양이로든 50년 이상 그 체제를 유지해 온 데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필자는 그 근거를 4대 신화로 집약해 설명하려고 한다.
1. 위대한 수령님-해방신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1930년대와 40년대초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했다. 훗날 그 경력이 과장되고 왜곡되었지만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서 조선을 해방시킨 것으로 알고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였다.
2. 미제에게 백배 천배의 복수를-승리신화
북한 주민들은 1950년 6월 25일 북침한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을 김일성의 영도 아래 물리치고 승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미제가 백년전부터 한반도를 침략하려고 획책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북침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한국전쟁 당시 미공군의 엄청난 폭격으로 남한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증오심은 대단할 수 밖에 없었다.
3. 세상에 부럼없어라-낙원신화.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의 영도 아래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건설하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1960년대까지 북한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남한보다 우위에 있었다. 오늘날과는 정반대로 그 당시에는 가난한 중국 동포들이 살 길을 찾아 북한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4. 우리의 소원은 통일-통일신화
북한 주민들은 남한 사람들이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의 폭압 아래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불쌍한 남조선 동포들을 무력으로 해방시키는 것을 지상최대의 과업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오랜 세월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하는 것을 감수해왔다.
II. 5대 현상 - 1980-90년대의 북한
하지만 2000년 현재 4대신화는 그 효력을 거의 상실했다. 사회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에다가 김일성과 김정일을 수령으로 받드는 유일 체제의 비합리성으로 말미암아 1980년대부터 북한 사회에는 다음과 같은 5대 현상이 연이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1. 부정 부패 만연
현재 북한에는 뇌물 수수와 절도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뇌물 수수와 절도는 1970년대만 해도 없었던 사회 현상으로 물자부족이 만성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보편적으로 나타났다. 직장, 공장, 군대, 대학 모두 예외가 없다. 한 마디로 북한 사회를 지탱하던 물적 토대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2. 미신 행위 증가
요즈음 북한에서는 점을 보고 굿을 하며 물을 떠 놓고 비는 등 미신 행위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예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나 경제난으로 사회가 불안해진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 미신행위가 여기저기서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간부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 마디로 북한 사회를 지탱하던 사상적 기반마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3. 아사자 속출
1990년대 초반 식량난이 악화되자 북한 주민들은 옥수수죽을 먹기에도 급급했다. 199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 옥수수마저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풀죽이나 소나무 껍질로 연명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5년에 들어와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1998년까지 수백만명이 비참하게 죽어갔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외부의 지원으로 굶어죽는 극한 상황은 모면하고 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한달에 열흘 정도 배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병들어 죽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북한 어린이들의 사망률은 남한의 4배(5세 미만)에서 7배(10세 미만)에 달한다.
4. 탈북자 증대
1990년대 중반부터 기아와 죽음을 피해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중국으로 탈출했다. 그동안 중국으로 탈출한 경험이 있는 북한 주민들은 건수로 치면 적게는 50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10-20만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인신매매와 노동착취, 강제송환의 위험 속에서 하루하루를 매우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5. 민심 이반
김일성 사후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한층 고조되었다. 과거에 북한 주민들은 한 편으로 지도자와 당에 대한 충성과 신뢰 때문에, 다른 한 편으로 극심한 통제와 감시 때문에 불만을 털어놓거나 비판하는 일이 비교적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가까운 친구나 동료, 친척들에게 김정일과 북한 체제, 특히 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 사회에는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이같은 외적 현상들은 북한 주민들의 내면세계를 지배해온 신화가 붕괴하면서 나타나는 사회해체 현상이라는 점에서 한국 교회는 북한의 장래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종합적인 선교적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III. 6대 과제 - 2000년대 한국 교회의 책임
그 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필자는 기본적으로 다음의 6대 과제를 제시한다. 처음 세 가지는 북한 선교와, 나머지 세 가지는 남북통일과 관련된 과제들이다.
1. 전략적 구제
헐벗고 굶주린 북한 동포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광범위한 구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구제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의 유일 독재 체제를 강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원과 협력을 해나가야 하며, 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구제품이 전달되도록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 또 구제하는 과정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사람들의 동포애를 알리고,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계기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2. 전방위적 전도
방송을 통해, 풍선을 통해, 구호 배낭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 동포들을 진정 살리는 길이며, 통일을 앞당기고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첩경의 하나이다. 현재 미신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북한에 복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월남자들과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양육해 통일전후로 북한 선교의 핵심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3. 전교회적 기도
북한에 강력하게 역사하고 있는 사단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전교회적 차원에서 기도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김정일을 필두로 하는 북한 지도부의 회개와 퇴위를 위해, 남북간의 전쟁이나 북한 인민군간의 내전이나 북한 주민간의 피의 보복이 아닌 평화통일을 위해, 통일과 관련해 주변 국가들의 이해와 협조를 위해, 북한 동포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수 있도록 남한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한국 교회의 갱신과 부흥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4. 북한 알기
남북통일은 무엇보다도 남북한 주민들이 왕래하고 교류하면서 더불어 같이 사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을 위해 북한 사람들을 우리와 같은 동포요 이웃이요 인간으로서 바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탈북자들이 쓴 수십종에 달하는 단행본 수기와 수많은 글들은 한국 사람들이 알게모르게 지니고 있는 북한 주민들과 그 사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떨쳐 버리고 북한 사람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동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5. 북한 사람 만나기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간 관계를 맺는 것이야말로 통일을 준비하는 지름길이자 통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단계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일천명이 넘는 탈북자들을 활용할 수가 있다. 장년들의 경우에는 그들의 애환을 들어주며 고충해결을 도울 수 있으며,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영어나 컴퓨터를 배우는 것을 도울 수 있으며,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가정교사가 되어 학교생활 적응을 도울 수 있다.
6. 북한 돕는 직업 갖기
마지막으로 통일후 북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실제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을 지금부터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북한 주민들을 돕는 교사가 되기 원하는 사람들은 지금 교사가 되어 한국에 와있는 탈북자 자녀들을 가르치며 통일의 날을 준비할 수 있다. 사업가도 통일후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적합한 업종을 택해 국내외에서 사업을 하면서 그 날을 준비할 수 있다. 의사들은 의사대로, 농업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북한과 북한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그 날을 준비할 수 있다.
(강변교회 교육목사, 평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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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