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6
◎ 이름:한화룡 (hwahan@hananet.net)
* 북한 선교 전략의 방향성 I  

들어가는 말
1980년대 이후로 북한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해방후 1970년대까지 나름대로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려는 정치적 이상과 신념을 갖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1930-40년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경력, 해방후 북한에서 실시한 토지개혁과 일련의 민주화 조치, 6.25 전쟁 이후 초토화된 북한 경제의 재건 등 김일성이 이룩한 치적으로 북한 주민들은 그들의 지도자와 체제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김정일이 정치 권력의 전면에 나선 이래 북한은 세습왕조 국가로 변질해 버렸다. 1980년대부터 북한 사회 전반에 걸쳐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1990년 소련이 해체되고 1994년 7월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이 사망하면서 북한은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사회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김부자를 우상화하는 수령절대주의 체제의 비합리성이 마침내 곪아 터진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2002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북한 주민 동향을 소개하고 그에 따라 북한 선교 전략이 추구해야할 기본 방향성을 제시하고자한다.

1. "강냉이 공화국"과 부정 부패의 만연
현재 북한에는 뇌물 수수와 절도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뇌물 수수와 절도는 1970년대만 해도 없었던 사회 현상으로 물자부족이 만성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보편적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북한은 "한 걸음 발을 옮기는 데에도 돈이 드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직장을 옮기는데도, 대학에 들어가는데에도, 병원에 가는데에도 다 뇌물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도덕상태도 말이 아니다. 김일성대학만 해도 단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도둑질이 심하다는 것이다. 북한 인민군도 예외가 아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인민군은 이제 인민의 군대가 아니라 도적질을 하고 행패나 부리는 도적떼, 마적단, 깡패무리가 되어 버렸다. 탈북소년 장길수의 말은 변화하는 북한의 실상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우리의 적은 미제국주의자가 아니고 남조선이 아닙니다. 시시때때로 강도로 돌변하는 인민군이 가장 무서운 적으로 변했습니다."

특히 당간부들의 부정부패가 극심하다. 안전부, 보위부, 당, 행정기관에 이르는 권력기관의 공무원들은 일반 주민들을 협박해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청백리를 찾기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든 형편이다. 그 결과 당간부들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은 헐벗고 굶주려 죽어가는데 당간부들은 호의호식하는 현실에 주민들의 원성이 하늘에 사무친다. 일반 주민들은 "노동자 피만 빨아먹는 놈들, 자기 이속은 다 챙기며 노동자들은 조금만 잘못하면 엄하게 다스리는 놈들," "모든 간부 새끼들부터 죽여야 인민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하고 노골적으로 당간부들을 성토하고 있다.

지배계급의 부정부패는 최근 들어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2002년 미국 하원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고문인 더글러스 앤더슨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을 상대하는 외교관들이 북한외교의 핵심적 목표는 부수입을 올리는 것같다고 말할 정도이다. 그가 만난 한 외교관은 북한 사람들은 "대화에 관심이 없고 단지 돈 봉투 또 하나를 원할 뿐"이라고 분개하며 말한다. 또 다른 외교관은 평양을 방문했을 때 한 북한 관리가 자신의 개인 노트북 컴퓨터를 선물로 달라고 했다고 전한다. 또 그가 만난 중국 관리의 말에 의하면 보통 회의때 선물을 기대하는 북한측 참석자들의 상황은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고 한다.

1999년 북한의 한 여단 책임 보위지도원이 밀수로 거금을 모아 중국으로 도망가기 전날 술좌석에서 자신의 동료들에게 남긴 말은 북한이 처한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금 북한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다 외국은행에 달러를 저금하고 유사시에 대비해 살고 있다. 우리도 이 좋은 돈 자리에 올라 앉아 있을 때 능력껏 돈을 모아야 한다."

* 북한 선교 전략의 방향성 I
요즈음 북한의 경제 사정은 과거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올해에도 북한 주민의 3분의 1 가량이 식량난으로 고통을 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세계식량계획(WFP)은 올 한해동안 북한에 61만톤의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2억 5천만 달러에 상당하는 대북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가 있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인도주의적, 민족주의적 차원에서 쌀, 분유, 의약품, 비료, 옷 등의 구호물품을 북한에 보내야 한다. 또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복음을 전하기에 앞서 헐벗고 굶주린 그들을 살려놓는다는 차원에서 광범위한 구제를 해야 한다. 물론 이같은 지원은 북한 주민들이 남한 사람들에 대해 품고 있는 적대감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북한 주민들이 기독교에 대해 갖고 있는 그릇된 편견 - 인민의 아편, 미제국주의 침략의 첨병, 미신 - 을 바로잡는데에도 일조할 것이다.

만약 대북지원에 인색할 경우 통일후 북한 주민들은 남한 사람들에게 원망과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 주민들은 미제의 발굽 아래에서 남한 동포들이 헐벗고 굶주리는 것으로 알고 그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온갖 희생을 감내하면서 통일을 추구해왔다. 그런데 만약 남한 사람들이 엄청난 음식 쓰레기를 내버릴 정도로 풍요롭게 살면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통일후 북한 주민들에게 무어라고 변명할 것이며 또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변증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일방적인 대북지원이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의하고 비효율적인 북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점이 염려가 된다. 외부의 지원이 북한의 내부 개혁의 필요성을 감퇴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지속시키는 폐해를 낳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은 하되 전략적으로 물자를 제공하는 지혜와 안목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북한 당국과의 관계 지속을 위해 현실적으로 일정한 분량의 쌀을 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면 어느 정도는 옥수수를 받아가도록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기아선상에 있는 일반 주민들에게도 차례가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 어린이, 임산부, 노령자층 - 에게 구제품이 전달되도록 분배의 투명성 확보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한국측이라면 원칙과 기준을 갖고 좀더 당당하고 의연한 자세로 대북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 외부에서 지원하는 물품들의 상당 부분이 군대용으로 전용되거나 아니면 장마당으로 빼돌려져 군인, 당간부, 보위부원 등 북한 체제의 기득권층이 치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쌀도 그렇고 의약품도 마찬가지이며 원유도 예외가 아니다. 외부에서 지원하는 물품이 제대로 분배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할 때 깜짝쇼를 연출해 속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 "어둠의 공화국"과 미신 행위의 증가
요즈음 북한에서는 점을 보고 굿을 하며 물을 떠놓고 비는 등 미신 행위가 유행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예전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 미신 행위가 여기저기서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북한 당국은 미신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당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고 사상적으로 불순한 사람이라고 해서 엄중하게 처벌했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사회가 불안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엇에서든지 위로를 받아보려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 미신 행위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질병이 만연하면서 사람들이 더욱 점쟁이를 의존하게 되었다. 병원에 가봐야 약도 없고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불상사가 생기거나 큰 일을 치를 때면 의례 무당집(물론 공공연히 무당 행세를 하는 집은 없다)에 가서 운수와 질병에 대해 물어본다. 일반 주민들의 경우, 자신의 미래와 가족 문제와 관련하여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 반면에 당간부들의 경우, "자기가 얼마나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는가?, 누구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가?, 누가 자기를 헐뜯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려고 한다. 이처럼 당간부들까지 앞다투어 점쟁이들을 찾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미신 행위 단속은 실효성이 별로 없다.

또 1990년대 들어와서 술풍이 심하게 불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절대 다수가 술을 자체로 만들어 먹는다. 그 결과 알콜 중독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 공업용 알코올이나 식용 알코올을 물에 타 마시는 일이 흔하다 보니 간염환자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요즈음 북한 전역에는 영양 부실, 오염된 식수, 열악한 생활 환경, 나쁜 생활 습관, 약품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간염, 결핵, 콜레라,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등의 질병이 흔하다. 또 연좌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보고되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실제로는 자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변교회 교육목사,
천안대학교 기독신학대학원 선교학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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