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3
◎ 이름:한화룡 (hwahan@hananet.net)
희망이 없는 삶은 배고픔만 못하다.  

"제이콥의 거짓말." 2000년 가을 국내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나치가 점령한 폴란드의 유태인 주거 제한 구역(게토)을 배경으로 하여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과 지독한 수용소 생활에 지친 유태인들이 자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수년동안 도대체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었던 유태인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제이콥의 거짓말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재능이 풍부한 배우 중의 하나인 로빈 윌리엄스가 분장한 주인공 제이콥 하임은 게토에서 팬 케잌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감자가 없는 관계로 몇 해째 케잌을 굽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제이콥은 외부 소식에 목말라하던 나머지 바람에 날리는 한 장의 신문을 쫓아가다 게토를 벗어나게 된다. 통금 시간이 임박하여 독일군 초소병에게 붙잡힌 제이콥은 독일군 본부로 끌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처벌을 기다리다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외부 소식 한 토막을 엿듣는다. 소련군이 400km 떨어진 베자니카까지 진격해 왔다는 것이다.

운좋게도 처벌을 면한 제이콥은 다음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동료 미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기쁜 소식을 귀뜸해준다. 소련군이 진격해 오고 있다고. 하지만 성미가 급한 미샤의 입을 통해 삽시간에 소련군이 진격해오고 있다는 소식이 마을에 퍼져나간다. 제이콥이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물론 유태인 주거 제한 구역에서 라디오를 소유한다는 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였다. 하지만 이 기쁜 소식이 전해진 후 마을은 활기를 되찾고 거짓말처럼 자살하는 사람들이 없어진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제이콥에게 전선에 관한 소식을 물어온다. 사실은 라디오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제이콥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지만 결국에 가서 제이콥은 마을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독일군의 패배 소식, 미군의 참전 소식, 그리고 유명 연예인들의 위문 공연 소식까지.... 제이콥은 심지어는 자신이 다락방에 숨겨둔 어린소녀 리나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거짓으로 BBC 방송을 하고 처칠 수상의 목소리를 흉내내기까지 한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게쉬타포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제이콥은 제발로 독일군 본부를 찾아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그 때 제이콥이 라디오는 없으며 자기가 모두 꾸며낸 것이라고 실토하나 진실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독일군 장교는 제이콥에게 거짓말을 하면, 즉 라디오를 가지고 있지 않고 소련군의 진격 소식은 다 꾸며낸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처형하지 않겠다고 꼬득인다. 드디어 광장에 유태인들이 모여들고 독일군 장교는 단에 선 제이콥을 다그친다. 그러나 제이콥은 미소를 머금은채 침묵으로 일관한다. 마치 자신이 실제로 라디오를 갖고 있으며 소련군이 바로 가까이까지 진격해 왔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결국 화가 난 독일군 장군은 권총을 꺼내들고 제이콥은 쓰러진다. 그러나 게토안의 모든 유태인들은 삶에 대한 희망과 자유에 대한 확신 가운데 절망을 딛고 일어서게 된다.

제자들의 참말
그렇다면 "제이콥의 거짓말"이 2002년 북한선교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제이콥의 거짓말"에 비추어볼 때 오늘날 북한동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쌀, 분유, 의약품, 비료.... 물론 여전히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동포들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나 민족주의적 차원에서 구호물품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북한동포들이 처한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구호물품을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극심해진 식량난으로 현재 북한동포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절망의 깊은 바다에 빠져 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동포들이 존경하던 수령 김일성은 1994년 7월 사망했다.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 살게 해주겠다는 아직도 실현되지 못한 약속을 뒤에 남기고.... 설상가상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수백만명이 비참하게 굶어죽었다. 또 그 아수라장 가운데서 북한동포들은 인간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참상들을 경험하고 목도했던 것이다. 부정과 불의, 사기와 협잡, 폭력과 강간, 살인과 식인 등등.... 게다가 1990년대 후반 이래 지속된 외부 원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난은 이렇다하게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북한 전역에는 미신행위가 만연하고 있으며,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술풍이 심하게 불고 있다. 또 연좌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보고되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실제로는 자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현상들은 현재의 고달픈 생활고에다가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사명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의 고난과 고통을 참고 인내할 수 있도록 북한동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리라. 북한동포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남한동포들이 사실은 잘 살고 있으며, 오히려 진짜로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북한동포들을 돕고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한 편으로 구호물품 지원을 통해, 다른 한 편으로 대북방송을 통해 그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적지 않은 북한주민들이 외부 소식에 목말라하며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수십년동안 창살없는 감옥과도 같은 폐쇄 체제 아래  생활고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이 외부 소식에 민감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구호물품과 함께 잦아진 외부인들의 방북행렬, 그리고 식량난으로 중국을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말미암아 북한주민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외부에 대해 의문과 호기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제 한국교회는 북한동포들에게 구호물품을 지원하는 일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다. 그에 못지 않게 방송과 풍선, 중국 조선족들과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동포들에게 외부 실상을 알리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일 때인 것이다. "제이콥의 거짓말"이 게토에 갇혀사는 유태인들의 자살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면, 예수님의 "제자들의 참말"은 창살없는 감옥에 갇혀사는 북한동포들에 대해 얼마나 더 큰 역사를 이룰 수 있겠는가!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서는 다시 그리로 가지 않고 토지를 적시어서 싹이 나게 하며 열매가 맺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 양식을 줌과 같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헛되이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뜻을 이루며 나의 명하여 보낸 일에 형통하리라"(사 55: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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