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탈북자들을 돕는 천기원

북한 여성들이 팔려나가는 꼴을 볼 수가 없었어요

한국에 망명한 탈북자 2500여 명에 이르러

현재 한국에 탈북자들이 몇 명이나 될까? 50명? 100명?

- 정답은 2천5백명여 명이다.

그럼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어도 탈북해 떠돌고 있는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 최하 5만여명에서 30만여명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숫자를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탈북 동포들이 그야말로 물 밀듯 밀려들어온다는  표현이 걸맞지 싶다. 그리고 이미 그들은 내 곁은 이웃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망명시키는데 주역이 되어 활동하는 천기원 씨. 그가 한 단체에서 강연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도쿄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그를 만났다.

"95년 중국에 갔을 때 48살 먹은 한 탈북자 남자를 알게 되었어요. 중국에 온 지 1년이 되었고, 아내는 바로 앞집에 산다고 했어요. 의아했지요. 왜 같이 안 사는지. 사연을 들어보니, 굶어죽게 생겨서 아내가 돈 벌러 먼저 중국으로 탈북해 나왔더랍니다. 돈이 한 번 오고 나서는 통 연락이 없어서 아내를 찾으러 나온 게 그 남자의 탈북 동기라는 거지요. 와보니 글쎄 아내는 한족 남자와 사는 대신에 돈을 부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렇지만 원래 내 아내이니 돌려달라는 말도 못하고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사례가 특별한 게 아니었어요. 북한 아이와 여자들이 한국돈 몇십만원에 팔려나가는 게 현실이었지요. 그냥 두고만 볼 수가 없었어요."


가족들 반대 무릎쓰고, 사재 털어 탈북 지원 활동

지하 단칸 셋방에서 중고등학교 다니는 아들, 딸과 함께 생활하는 처지에 애당초 그가 품은 뜻은 상식적으로는 이해받기 힘들었지 싶다. 당연히 아이들이 반대했다. 나중에는 갈 곳이 없어서 친척집으로 친구집으로 전전하는 아이들을 놔두고 탈북자 구출에 나선 그를 곱게 봐줄 아량이 있는 이들이 몇명이나 될 것인가. 더욱이 누가 돈을 대주는 것도 아니어서, 자기 주머니돈을 털어서 해야 했다. 2001년 이후에는 후원자도 조금씩 생기고. 경제적 사정은 조금 나아졌지만, 가족의 희생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 아버지나, 내 형제가 그런 처지라면 내팽겨쳐둘 수 있어요?'라며, 어떻게 보면 너무 단순해 보이는 이 마음 하나로 그는 목숨을 건 가시밭길에 스스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그가 중심이 되어 구출한 탈북자는 모두 252명에 이른다. 신분증이 전혀 없는, 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이십여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10여번에 걸친 검문을 모두 통과해 탈출한다는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그동안 실패한 경우도 여러 번 있으니 그 수를 합친다면 그가 관계했던 이들의 수는 상당히 불어날 것이다. 2001년 12월에는 탈북자를 돕다가 8개월 동안 중국 통치감옥, 하이라얼감옥 등에 수감당한 적도 있었다. 영하 40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 군내 나는 허연 밀가루 빵 한 조각으로 한 끼를 버텼다. 화장실처럼 쓰는 양동이 하나와 한 명당 하나씩 주어진 담요 한 장이 시설의 전부였다. 처음 한동안은 변호사도 만나지 못했고, 조사받은 적도 없다. 중국 변방의 감옥,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2002년 8월 추방될 때까지 8개월간 그는 의외로 고요한 마음으로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일로 아이들이 아버지를 자랑스레 여기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국제적 연대 통해, 난민 지위 인정 받도록 노력

 "제가 하는 일은 불법입니다. 당연히 중국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저는 죄를 지은 사람이지요. 저는 항상 잡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잡히는 게 당연하지요. 그리고 그동안 중국을 탈출하면서 지뢰밭도 지나고, 철조망을 넘고, 독사가 득실거리는 정글도 헤쳐나갔어요. 어쩌면 소리 없이 죽어갈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게 제 삶에 주어진 숙제 같은 겁니다. 이제는 단독으로가 아니라, 미국에서 탈북자가 난민지위를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협력을 얻는 등 세계의 NGO(비정부단체)들과 손 잡고 함께 해나갈 일도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1월에 탈북자 80여명이 선박을 이용해 탈출하려다가 실패한 일이 있었는데, 이것은. 전례가 없는 대규모 탈출이라는 점과 선박을 이용한 탈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것도 물론 그와 함께 국제 NGO(비정부조직) 단체들이 손잡고 행동한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백악관에 가서 탈북자 문제를 제기하는 등 그의 활동범위도 국제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보통사람들, 탈북자들에 대해 좀더 이해했으면...

"북한은 탈북자들로 인해 무너지고 말 겁니다. 저같은 사람이 하루 빨리 없어지는 세상이 와야겠지요. 그만큼 한국 사람들과 탈북자들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보통 사람들도 탈북자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해요. 사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집을 제공받고, 정착금을 받아도 잘 적응해 살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사상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한국말은 통하지만, 정작 대화가 안되는 게 현실이구요. 일을 찾기도 어렵고, 그 일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요. 우리 입장에서만 그들을 보지 말고, 그들 입장에서도 보고 이해해 주려고 애썼으면 합니다."

홈페이지 http://www.durihana.tv (북한 및 탈북자에 관한 정보가 많이 있다)

ⓒ2003. 04. 3.. 은미경, 창간 2000.6.20, 부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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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주님의 손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