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590호


 [커버스토리] "김정일 통치 가급적 빨리 종식시켜라"

최근 워싱턴 관가와 정가에서는 북한 정권 대비 미국의 행동요령을 적시한 메모가 화제다. 미 허드슨연구소 종교담당 디렉터인 마이클 호로위츠가 쓴 '미국의 대북정책:수단과 인식'이란 제목의 이 메모는 딕 체니 부통령과 폴 윌포비츠 국방부 부장관 등 소위 핵심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물론 국무부 관리들과 상-하 의원들에게 널리 배포됐으며 이들이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반드시 참조하는 '대북정책지침서'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이 메모를 일독했다고 한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뉴스메이커〉는 최근 재미동포 인권운동가로부터 이 메모를 입수, 소개한다.

◇한국정부를 공격하라=메모는 한국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된다. 한국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현재 절대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를 여론조사 결과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경제계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북정책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정부는 사상 최악의 인권탄압국가인 북한정권을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공박한다. 한국정부로 하여금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메모는 강조한다.

◇북한정권은 취약하다=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내부 비판이 최근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메모는 주장한다. 생존을 위해 평양정권에 빌붙어온 군부와 사업가 엘리트들 가운데 일부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의 권력이 고위장성 200명의 지지에 달려 있다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관측도 소개했다.

충격적인 내용도 있다. 많은 북한의 장성들이 김정일정권으로부터 벗어나 탈출하려는 신호가 (미국에) 많이 접수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권력 유지에 핵심이 되는 일단의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김정일정권의 생존과 연계돼 있다고 믿지만 이런 믿음이 바뀌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500~1,000명의 고급장교들과 고위관료들이 잠재적으로 배반의 가능성을 띠고 있다고 메모는 주장한다.

미국이 북한의 고위 관리들과 군 장교들에게 접근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고 메모를 기록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여행과 통신의 자유를 막을 능력을 잃어 북한 국경을 넘기가 점점 더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500달러만 있으면 북한을 빠져나와 중국을 벗어나거나 한국으로 입국하는 자유를 살 수 있다고 메모는 증언하고 있다.

◇북한 실상을 전세계에 알려라=미국의 행동 요령 대목에서 메모는 한층 직접적이고 구체적이 된다.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정권을 인정하고 지원해주겠다고 부시대통령이 밝혔지만 그것은 진심이 아니라고 메모는 주장한다. 이라크에 대한 우선적 집중과 두 개 전선의 동시 수행이라는 정치적 부담, 한국과 중국 등 6자회담 참여국들의 압력, 미 행정부 내 일부 관리들의 압력 때문에 그런 언급이 나왔을 뿐 실제 부시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메모는 미국의 행동지침을 여러 분야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전 세계에 김정일정권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는 게 첫째 행동 지침이다. 정치범수용소와 노동교화소 등 집단수용소 내의 살해행위와 헤로인 생산공장 가동, 극도로 비참한 북한주민들의 일상을 정밀조사하고 사진을 찍고 기록해 고발하라는 주문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인들이 김정일정권에 강력한 반감을 가질 것이며, 김정일정권을 좋게만 묘사하려는 한국정부의 노력도 무산될 것이라는 주장이 메모에 있다. '한국정부의 노력은 아우슈비츠 같은 북한의 집단수용소 필름들이 공개되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할 것'인데 한국정부가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국가정보원이 탈북자 등 김정일정권의 특성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을 협박해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알리기 위해 북한의 집단수용소와 헤로인 제조공장, 시골마을에 카메라와 마이크로폰을 설치하라고 메모는 권장한다. 이런 일은 25만달러만 들이면 가능하며 미국위성을 통해 아편재배지역 등에 대한 기록들을 생산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만일 미국관리들이 북한정권의 집단수용소들과 넓은 마약재배 사진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을 몰아세우기 위해 외국, 특히 영국과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은 최근 국영 BBC가 북한의 생체실험 보도를 한 뒤 영국 주재 이용호 대사를 소환해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북한주민들과 통신하고 접촉하라=접촉 대상 1호는 북한의 고위관리집단이다. 북한정권의 부패를 잘 알고, 서방세계의 풍족한 삶 또한 잘 알아 접근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메모는 내세우고 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설득하기 쉬운 어린이들도 접촉 대상 가운데 상위에 있다. 라디오와 비디오, 각종 테이프들의 북한 내 반입과 '미국의 소리방송' '자유아시아방송'의 방송시간 확대가 통신 및 접촉 수단이다.

메모는 그러면서 북한의 상당수 관리들이 김정일정권 교체 후에도 안전하고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을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 관리들은 옛 소련이나 루마니아 붕괴 후 고위 인사들이 처형됐다고 믿는데 실은 그렇지 않음을 설명하라는 것이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와 운명을 같이한 관리들은 극소수였으며 이런 진실을 북한 관리들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북한정권의 안정을 해치고 나아가 반 김정일 세력화할 수 있다고 메모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옛 소련의 고위관리들이 살아남았다는 기록을 백서로 만들어 북한엘리트들에게 배포할 것을 권장한다.

◇대북지원 식량을 일반 북한주민들에게 전달하라=먼저 미국의 대북식량 지원은 투명한 분배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나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정권이 외부에서 지원받은 식량을 주요 통제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고발한다. '심지어 북한이 대규모 기아사태 와중에도 외부에서 지원받은 쌀을 (외국에) 팔았다는 증거도 있다'고 메모는 주장한다.

이런 관행을 퇴치하기 위해 메모는 두 가지 제안을 한다. 먼저 미국 국제개발국(US AID)이 미국의 대북지원을 대행하는 세계식량계획(WFP)에 필요한 사람에게 식량이 분배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은 지원식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배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경우 식량 대신 북한의 병원 시설 확충과 면역체계 강화, 쓰레기처리, 수질정화와 같은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 지원을 해도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차지하지 못한다면 이런 식의 지원이 차라리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한국정부가 고통을 분담케 하라=반미주의와 평양 정권을 합법화하려는 한국정부의 노력, 또 북한의 인권 탄압을 숨기고 외면하는 것이 남한의 행복에 위협적이라고 미국이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견해를 메모는 담고 있다. 바꿔 말해 한국정부가 미국의 권유를 마다한다면 한국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메모대로라면 한국정부는 북한정권을 지지할지 재정적으로 고립될지 택일해야 한다. 북한정권의 급작스러운 붕괴로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는 것을 한국정부가 우려하고 있음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정권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다. 메모는 그러면서 한국정부가 대북지원을 계속할 경우 한국정부의 경제적 능력을 약화시켜 대북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시사하고 있다.

◇북한 관리들의 배신을 촉발하라=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는 법안인 S.2069를 통과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S2비자 발급 대상을 250명에서 3,5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S2비자는 국제테러리즘과 국제마약밀수출에 관한 중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이 법안의 효력에 대해 "김정일이 미사일발사 명령을 내려도 어떻게 버튼을 눌러야 할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한 탈북자의 평가를 메모는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 고위인사들의 망명 요청을 미 행정부 인사들이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근무태만이라는 것이다. 핵무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북한 잠수함 함장이 망명을 원한다는 정보가 비밀 소식통으로부터 미 중앙정보국(CIA)에 전달됐지만 CIA는 그와 접촉하기 전 신상명세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모는 그 함장이 망명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전하지 않았다. 북한 미사일부대 소속 장교도 미국에 망명을 요청했다가 같은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관리들이 이런 요청에 성실히 응한다면 다른 중요한 북한 관리들의 망명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망명 지원기금을 설립, 운영하라=물경 5천만~1조달러의 망명지원 기금을 설립하라고 메모는 주문하고 있다. 이 경우 북한정권의 군사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핵심 증거와 수용소 실상, 대규모 기아정책들을 알고 있는 핵심 엘리트들의 망명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하며 이 기금의 존재만으로도 북한에 큰 압박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몽골과 베트남, 태국, 러시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라=몽골 등 4개국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대우하고 탈북자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 있게 협조해왔다. 미국은 이와 같은 난민우호정책의 대가를 이들 국가에 지급하되 쌍무 현안들을 해당 국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탈북자들에게 비인도적 대응을 일삼는 중국의 태도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메모는 미국이 결심하면 중국은 국제적 고립을 감수할 밖에 없다고 말한다.

◇탈북자구호 단체들을 지원하라=중국에서 탈북자구호활동을 하는 단체와 개인들을 정치-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메모는 강조한다. 탈북자들을 중국 밖으로 데려가 결국 한국으로 입국시키는 것은 한국정부가 아니라 바로 이들이라며 그 과정에 적지 않은 사람이 중국 당국에 발각돼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고 메모는 설명한다. 예컨대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전도사 등이 최근 중국에 오랫동안 갇혀 있다가 석방됐으며, 석방을 위해 샘 브라운백과 리처드 루가 등 미 상원의원 등 미국 의회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한다. 이런 노력은 부시행정부 관리들 몫이라고 강조한다.

◇북한인권 관련법안 통과노력을 벌여라=북한인권 개선과, 북한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해 미국 의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메모는 사례로 두 가지 법안을 소개했다. 하나는 지난 7월26일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H.R. 4011, 즉 북한인권법안이고, 나머지 하나는 상원에 계류중인 S.193, 즉 북한자유법안이다. 한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강한 내용을 담은 S. 1903의 채택을 피하기 위해 H.R. 4011을 지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H.R. 4011조차 반대한다고 있다고 메모는 지적했다. 미국의 각계 인사들은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전세계 45개 독재국가를 2025년까지 0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정책에서 주도권을 쥐어라=메모는 북한에 대한 이중적 접근을 권고한다. 김정일정권을 악으로 보고 그 불법성에 대한 인식을 버리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김정일정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메모는 부시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몇가지 구체적 제안을 하고 있다. 그것은 북미간 장기적인 학생교환 프로그램과 미국의 직접적 식량전달 허용을 전제로 한 대북식량지원의 증대, 북한의 주요 병원 개선 및 건설프로그램 마련, (북한의) 국영라디오나 텔레비전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연설할 권한이 주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 북한 방문 등이다. 메모는 또 H.R.4011을 인용, 미국이 북한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내 반북 인권단체들의 활동=미국 내 37개 단체들이 결성한 '북한자유연대'는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했다. 이 연대의 중부 텍사스 동맹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항의할 계획이다. 중부동맹은 8월 중순 8만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어 북한정권의 잔혹성을 고발했다. 세계 최대의 국제유대인인권조직인 '시몬 위센덜센터'는 9월 13일 로스앤젤레스 '인내 박물관'에서 '연대와 의식의 회견'을 갖고 북한의 인권남용 현안을 고발할 예정이다. 이 모임에서는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이 연설하고 BBC의 북한생체실험 보도 필름이 상영된다. 서울 혹은 워싱턴에서 북한인권 모임도 계획하고 있다. 바츨라브 하벨 전 체코대통령이 핵심 강연자로 초대돼 있다.

북한정권의 잔혹성과 탈북구호 조직인 '지하철도행동주의자'들의 용기를 보여주는 두 개의 영화가 미국의 극장들에서 상영될 계획이다. 이 영화들은 미 전역의 교회와 대학, 민간그룹에 배포될 것이다. 첫째 필름은 폴러첸 등이 북한의 일반병원들과 어린이병원을 몰래 찍은 것이다. '서울 열차'라는 이름의 둘째 영화는 천기원이나 박 C.K., 팀 피터스, 폴러첸 등 지하철도행동주의자들의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수갑캠페인'도 계획하고 있다. 월남전 때 미군포로들에 대한 캠페인이 모델이다.

◇결론=메모는 마지막으로 부시 대통령이 할 일들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것은 ▲미국 내 대북정책 토론의 조건들을 변화시켜라 ▲북한정권에 대한 대통령의 비전이 테러와 전쟁의 위험을 낮출 수 있도록 하라 ▲북한정권의 권력장악을 유지토록 하는 압력들에 효과적으로 저항하라 ▲대북 포용정책을 하지 말라 ▲무력이 아닌 방식으로 가급적 빨리 '김정일 통치'를 종식시켜라 등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한국은 왜 독재자 김정일에 우호적인가"

반북 여론 주도하는 호로위츠는 누구?... 북한자유연대 조직-북한인권법안 초안 작성

마이클 호로위츠는 미 허드슨연구소 '국제종교자유와 민간정의개혁 프로젝트' 담당 디렉터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방주의 국내정책회 의장으로 일했다. 1965~1967년엔 미시시피 대학에서 법학교수로 근무했고 체코슬로바키아 자문역을 맡거나 캄보디아구하기 모임에 개입했다. 1964년 예일대 법대를 졸업한 유대인이다.

다채로운 경력만큼이나 호로위츠가 미 관가와 정가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 내 유대인 사회 지도자로서의 위상과 집필 및 정치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다. 관리든 민간인이든 외국인들이 미국의 고위 인사를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호로위츠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특히 딕 체니 부통령이나 폴 윌포비츠 국방부 부장관 같은 미국의 '실세'들과도 잘 '통한다'. 이와 관련한 일화도 많다. 일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독일 치과의사 출신 반북행동가 노르베르트 폴러첸에 관한 것이다.

북한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폴러첸은 2001년 12월 북한 당국에 의해 추방됐다. 그해 10월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방북을 수행한 미국 기자들에게 '허가되지 않은 곳'을 안내해줬다가 눈 밖에 난 것이다. 폴러첸은 한국으로 왔다가 미국 인권단체 초청으로 2002년 초 미국으로 갔다. 허드슨연구소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 강연을 하다가 호로위츠를 만났다. 호로위츠는 폴러첸과 윌포비츠 부장관과의 면담을 주선했고, 의회청문회와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과의 인터뷰도 주선했다. 그의 인터뷰 기사는 대대적으로 언론에 게재돼 미국민들에게 북한 내 열악한 인권상황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독재정치 등을 상세히 알렸다.

그해 3월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폴러첸의 이같은 활동 때문에 상당한 곤란을 겪었다. 어딜 가나 햇볕정책보다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특히 기업연구소 초청강연에 나가서는 미국 내 반북인사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았다. 몇몇 미국 언론들은 "협상을 할 만한 인물"이라는 김 대통령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평가와 폴러첸의 "독재자"란 인터뷰를 나란히 게재하기도 했다.

마이클 호로위츠는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대규모 기아사태가 북한을 강타하고 탈북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는 미국 내 반북 인권단체들과 연대를 모색했고, 작년에 미국 내 37개 종교-인권단체를 규합, '북한자유연대'란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었다. 지난달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은 그가 발의하고 초안까지 만든 '북한자유법안'이 유사법안이다. 북한자유법안은 현재 미 상원에 계류돼 있다.

그는 한국 내 여론을 반북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믿고 있다. "왜 한국의 여론 주도층과 대학생들이 독재정권을 우호적으로 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들과 논쟁을 벌이고 싶다고 하던 그는 마침내 지난달 한국을 방문, 몇몇 대학과 연구소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번 메모도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체제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2004-09-10 18:49] 뉴스메이커 590호 조호연〈정치부 기자〉 chy@kyunghyang.com
 

뉴스메이커 696호

[커버스토리] 베일에 가려진 보수단체 자금줄

기업 후원금·정체불명 국제자금 유입 가능성… 신문광고 통한 후원금 모금은 불법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보수단체의 한 관계자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재구 기자>

최근 발족한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서울 광화문의 40여 평 되는 규모의 사무실에 상근직원이 10여 명 근무하고 있다. 사무실 임대료와 상근직원의 최소한 활동비만 해도 월 수천 만 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전국연합측 관계자는 “5만여 명에 달하는 회원의 후원금 등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회원 명부나 회비 모금액, 전체적인 씀씀이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보수단체 집회 참석자를 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대부분으로 이들은 회비를 내기보다 오히려 집회에 참석해 식대를 얻어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회비나 후원금만으로 조직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무실 운영, 10여명 상근자 두기도

최근 문을 연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서울대 박세일 교수가 충무로에 20여 평 규모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에 역시 10명 내외 상근자를 둬 적잖은 사무실 유지비와 인건비가 들어간다. 상식적으로 교수 수입으로 이 정도 사무실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에는 일부 기업이 출연하거나 스폰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들 보수단체에 일부 기업이 자금을 지원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2003년 보수우익단체의 6·25국민대회에 삼성그룹에서 1억 원, 전경련이 4000만 원, 상공회의소가 3000만 원 등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보수단체에 대한 재계의 지원이 불법은 아니지만 재계가 정치자금을 제공하거나 정치적 특혜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에 비추어 부적절한 지원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서울 광화문에서 자주 집회를 여는 재향군인회는 각 지부의 회원을 동원하기 위해 버스를 대절하고 집회 참석자에게 식대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싸게 먹혀도 집회 한 번에 수백 만 원은 든다. 하지만 재향군인회는 구체적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재향군인회는 정부로부터 사업보조금 명목 등으로 수백 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문제는 일부 극우단체의 경우 정체불명의 국제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4년 기획 탈북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미국 내 단체인 NED(민주주의를 위한 전국재단)와 국내 반북반공단체의 커넥션을 지적했다. NED는 1970년대 후반 중앙정보국(CIA) 산하기관임이 폭로된 후 ‘민간단체’의 틀을 빌려 설립된 단체로 미 연방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 NED는 국내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두리하나 등 한국 내 극우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중국 등에서 기획탈북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사업은 1989년 동독처럼 대규모 탈출사태를 통해 동독을 붕괴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중국 등에서 이뤄지는 이런 기획탈북은 중국 등과 심각한 외교마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당수 보수단체는 신문광고를 통해 온라인 계좌를 명시하고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지만원씨의 ‘국민의 함성’은 10월 11일자 ‘조선일보’ 광고에 은행 및 농협 등의 계좌를 명시해 모금을 하고 있고 북핵반대·한미연합사령부해체반대 천만인 서명운동본부(공동대표 김성은 전 국방장관)도 10월11일자 ‘동아일보’ 광고에 후원성금 계좌를 명시해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서정갑 예비역 대령이 주도하는 국민행동본부 역시 같은 방법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국민행동본부는 지난 1년 동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5단 광고를 30여 차례 실었다. 이 신문의 5단 광고료는 3000만 원 정도지만 이들 단체에 대해서는 대폭 할인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한 번 광고하는데 1500만 원 정도는 들 것이라는 것이 광고업계 얘기다.

행정자치부나 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 보수단체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향신문>

국민행동본부 측도 광고비 집행과 모금액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금활동은 사실상 모두 불법이다. 지난 9월25일 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과거 기부금품모집 규제법에 의하면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모금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정부(행정자치부 장관 혹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수해의연금이나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은 모두 사전에 모금 예상액, 모금 기간, 사용처 등을 신고하고 허가를 얻어 이뤄졌다.

기부금품모집 규제법은 상이군경 등 각종 단체가 기업 등을 상대로 과도한 모금행위를 벌이는 것이 문제가 돼 제정된 법이다. 특정 단체가 회원에게 회비를 받는 것은 괜찮지만 허가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모금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 법은 올초 기부금품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개정됐고 지난 9월25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법은 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하고 공익목적 외에 교육, 문화예술, 환경보존, 자원봉사 등에도 모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모금을 하려면 여전히 행정자치부 장관이나 자치단체에 모금 기간이나 모금금액, 모금방법 등을 신고해야 한다.

이들 보수단체는 수십 차례 성금 모금광고를 내고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사전 허가는 물론 신고도 않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모두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현행 법에는 모금자는 모금이 끝나면 장부나 서류를 비치하고 공인회계사나 감사의 보고서를 첨부해 등록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등 처벌도 무겁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2003년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친일파 인명사전 제작을 위해 모금활동을 벌였다가 바로 이 조항에 걸려 뒤늦게 허가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보수단체는 자금줄 공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보수수구단체의 조직·동향·자금 등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다가 이들 단체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다. 보수단체는 “보수운동의 도덕성을 침해하려는 악의적인 내용”이라고 극력 반발했다.

2006 10/16   뉴스메이커 696호 <특별취재팀>

                                 

 

북한에도 주님의 손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