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탈북자에서 크리스천으로 사는 길

난 8월 8일 밀알학교에서 진행된 남서울은혜교회 탈북자 모임. 통일선교위원회(이하 통일위) 소속 회원들과 10여 명의 탈북자들이 모여 1주일 동안 삶을 나누는 자리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탈북자와 회원들이 함께 하는 성경 공부 시간이다. 통일위는 넘쳐나는 성경 공부 교재를 뒤로하고 그들만을 위한 맞춤 성경 교재 「하나님의 가족」을 제작해 올해부터 사용하고 있다. 양육부장 곽종훈 집사는 “그들이 현실적으로 느끼고 부딪히는 것들을 중심으로 교재를 직접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국에 오기 전 품었던 꿈과 바람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대부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바르게 정착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이 한마디는 비단 남서울은혜교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땅에서 탈북자의 정착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기관과 교회에서 느끼는 고충이다. 올해로 4년째 접어드는 탈북자 모임 초기에는 규모가 있는 여느 교회와 기관처럼 매월 지원금이 나갔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돈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예배와 성경 공부, 교제가 아닌 지원금이 목적처럼 되어 버린 현실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 영향으로 절반 가까이 다른 교회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돌아온 사람과 새로 온 사람들로 인원이 이전보다 늘었다.

남서울은혜교회 탈북자 모임은 가족 공동체를 지향한다. 신앙 교육과 관계 친밀을 위해 1박 2일 일정의 수련회를 연 2회 가진다. 직업 알선이나 교육, 개인 상담, 검정고시 준비도 돕는다. 지원금을 중단했지만 간혹 정말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감격할 만큼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자 그동안 받았던 지원과 혜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사람들이 기쁨과 감사를 느끼기 시작했다. 탈북자를 돕다 감옥에 들어간 한 선교사의 사모가 이 모임에 참석했다가 그동안 탈북자로부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감사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은 교회에서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 한계를 느낀다. 생각의 차이, 문화의 차이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 그런 차이가 예수 안에서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 뒤 나온 고민이란 점에서 당분간 결론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통일위는 앞으로 젊은 세대의 교육 문제는 9월 10일 개교를 앞두고 있는 여명학교, 취업 문제는 정착지원센터 구성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여명학교는 아직 미인가 상태라서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하지만 전임교사 6명, 강사 9명이 이미 구성돼 있고 샘물교회, 높은뜻숭의교회, 사랑의교회 등 23개 교회가 함께 하고 있다.

교회와 자매 결연하고 소자본 창업 교육도
두리하나선교회는 지난 1999년 10월 설립되었고 언론에 알려진 대로 중국이나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직접적으로 돕고 있다. 국내에 있는 탈북자에게는 대학 장학금, 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천기원 선교사는 “성서에 입각한 사도 공동체를 접목한 공동체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01년 강원도 문막에서 네 가족이 모여 산양을 키우는 공동체를 시작했다가 그만두기도 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집단 생활을 하다 내려온 사람들에게 접목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조심스런 반응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중순에 뜻있는 지인들이 모여 구성을 논의했다.

오는 10월에는 선교회 설립 5주년을 기념해 서울, 대전, 부산 등 전국을 순회하는 ‘두리하나 희망 프로젝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감사 예배와 축하 음악회 그리고 희망 프로젝트 선포식을 통해 탈북자 선교를 도울 후원자와 사역 알리기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지난 2001년 11월 창립한 한국 기독교 귀순동포 정착지원 협의회(이하 한정협)는 하나원 교육을 수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착지 인근 교회와 자매 결연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취업 지원과 지역별 격려 행사, 상담 등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탈북자 출신 신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세미나를 연 2회 개최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에는 지난해에 이어 제2회 귀순동포 영성수련회를 경기도 남양주 천보산 민족기도원에서 가졌다. 석사현 사무총장은 “돈을 벌려고 해도 그들이 가진 인맥, 정보, 돈, 기술 등이 남한에서는 쓸모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교회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굿피플대학은 소자본을 중심으로 한 탈북자 창업 교육을 목적으로 지난 2002년 설립돼 지금까지 졸업생 90여 명을 배출했다. 창업 교육을 중심으로 하지만 하나님과의 만남, 성령 체험 등 신앙 교육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으며 별도로 구역 모임도 갖고 있다. 현재 50여 명이 교육을 받고 있고 3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창업은 실패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국내 거주 1년 이상자에 한해서만 지원을 받고 있다. 유승란 홍보실장은 “탈북자 지원 사업을 4년 정도 하다가 교육 사업으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성공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인과 탈북자 서로에게 적응해야
한정협에 따르면, 아직까지 정확히 집계된 통계는 없지만 탈북자와 자매 결연을 맺은 교회는 영락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동교회, 수영로교회, 인천순복음교회 등 700~800개 교회 정도로 양·질적으로 상당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교회 차원에서의 탈북자 지원은 있지만 실질적이고 종합적으로 탈북자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 센터나 프로그램 등이 준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교회마다 탈북자를 지원하면서 제각기 어려움을 겪지만 이는 모든 교회의 고민이기도 하다.

천기원 선교사는 “모든 교회가 탈북자 선교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탈북자를 몰라서 금방 포기한다”“그들을 품고 인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천 선교사는 탈북자들을 포섭하려는 이단·사이비 종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 어느 때보다 교회와 기독교의 역할이 중요한 때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어찌되었든 말씀 들을 기회가 되니까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그들의 아픔을 품고 돈과 떡보다는 영혼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탈북자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력 없으면 살지 못한다는 걸 가르쳐 줘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남서울은혜교회 임용석 목사는 “남한 사람도 적응해야 한다. 우리도 힘들지만 그들도 힘들다”“기득권 있는 우리들이 그렇게 요구하면 안 되고 서로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통일을 위해서 다양성 인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그것을 아우를 수 있는 복음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통일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지 열매나 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김익겸 기자 | 사진 안유선 기자

탈북자 선교기관 --------------------------------------------
* 두리하나선교회 http://www.durihana.com / 1577-9121
* 한정협 www.hjh.or.kr 02-742-9182
* 굿피플대학 http://cafe.daum.net/123NEW / 02-783-2458
*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 자유터학교 www.unischool.org / 02-525-7105
* 하늘꿈학교 http://cafe.daum.net/highvision / 02-443-2072
* 여명학교 http://ymschool.org / 02-888-1673
* 똘배학교 02-2265-2890
* 한꿈학교 031-574-2156

2004년9월17일(금)


                                 

 

북한에도 주님의 손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