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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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일 정상화 문제
일본에 대한 북한의 시각은 수교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살인자', `약탈자', `백년숙적'이라는 데서 기본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현재에도 반세기에 걸쳐 자행된 일본의 식민지 통치 및 전쟁범죄를 중심으로 한 과거청산을 북ㆍ일 양국 관계의 개선의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을 정도이다.
북ㆍ일 양측은 지난 91년 1월부터 92년 11월까지 8차례에 걸쳐, 그리고 지난 99년 12월 일본 초당파 의원대표단의 방북에 힘입어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3차례에 걸친 수교회담을 진행했다.
이러한 일련의 회담 과정에서 북한에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들이 세 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렇지만 식민지 피해보상, 전후 배상, 일본인 납치의혹, 북한의 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며 특히 과거청산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은 채 더욱 굳건해지는 양상이다.
북한의 이러한 시각은 △일본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및 새로운 정책으로의 전환 △20세기 안으로 성실한 과거청산 실시 △힘의 대결을 지속할 경우 상응한 대책 강구라는 대일 수교 3원칙을 지난 99년 8월 10일 `정부 성명'에서 제시한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지난해 10월 열린 제11차 북ㆍ일 수교회담에서 북측이 '다음번 회담은 일본측이 준비되는 데 따라 개최하기로 한다'고 밝힌 대목 역시 과거청산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북ㆍ일 관계가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조ㆍ일 관계는 명백히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과거의 죄행에 대해 성실한 사죄와 보상을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논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것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대일관(對日觀)인 것이다.
더구나 92년 11월 제8차 수교협상 중 걸림돌로 제기됐던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의혹과 일본인 납치의혹이 아직까지 해결국면에 접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의혹에 대해 일본 당국이 과거청산을 회피하기 위해 조작해 낸 `정치적 모략극'으로 내세우고 있고 일본은 과거청산을 재산청구권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내세우는 지난 65년의 한ㆍ일 방식이 △침략 행위를 합법화, 정당화했고 △성실한 보상이 아니라 일본이 남한에 혜택을 베푸는 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현재까지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8월 남측 언론사대표단을 맞아 '일본과의 수교 문제는 복잡합니다. 과거 문제고 있고, 청산해야 할 문제도 있지요. 일본이 부당한 해명을 요구하는데 그렇다면 명치유신때부터 따져야지요. 일본은 일제 36년을 우리에게 보상해야 합니다. 나는 자존심이 꺾이면서 일본과 수교는 절대로 안합니다'라고 밝힌 대목에서도 강경한 대일 입장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4월 북ㆍ일 수교회담이 재개된 상태지만 아직까지 과거청산 문제와 납치의혹이 부딪히는 관계로 양국 관계는 급진전 무드를 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일에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일본인 납치 의혹에 대해 `조작'이라는 입장을 유지한 채 '20세기에 받아내지 못한 사죄와 보상을 새세기에는 기어이 받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한반도에는 최근들어 평화가 정착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북한도 유럽지역 국가들과의 수교를 가속화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대일관은 아직까지 분명하다.
즉 '오늘까지 해 온 것처럼 과거청산을 회피해 보려고 교활하게 책동한다면 일본은 영원히 우리 조선인민의 백년숙적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며 '조.일 관계 전망은 조.미 관계나 조선반도 정세 문제와 관련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앞으로 조.미 관계나 조선반도 정세가 달라진다고 하여도 조.일관계의 본질이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이치이다'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북.일 관계의 정체가 지금과 같이 지속된다면 자칫 한.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질서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의 과거를 청산하는 숙제를 푸는데 있어 모호한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고 북한도 변화하는 국제화시대에 맞게 과거 집착에서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으로선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일본의 경제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국관계정상화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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