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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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개방이 관건
새해들어 북한에 변화의 '열풍'이 불고 있다. 변화의 지향점은 경제재건이며 내용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신(新)사고'이다.
더욱이 김정일 총비서가 중국을 방문, 4일간이나 상하이(上海)를 집중적으로 시찰하고 발전상을 '천지개벽'이라고 극찬한 것은 그가 새로운 21세기를 맞아 '그럭 저럭' 먹고 사는 단계에서 이제는 개혁ㆍ개방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단숨에 국가경제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큰 틀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서의 변화 방향은 체제개혁보다는 경제개방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점진적이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폐쇄경제에서 개방경제로 움직여온 것이다.
북한은 80년대들어 내자동원에 의한 경제개발이 한계에 직면하자 대외무역 및 경제협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84년 9월 '합영법'이 제정됐고 90년대 들어 소련을 비롯한 동구사회주의권의 연이은 붕괴로 주요 경제협력기반을 상실하게 되자 91년 12월 라진ㆍ선봉지구를 자유경제 무역지대로 지정, 외자유치에 적극 나섰다.
이를 위해 외국인투자법(92.10.5 제정) 등 60여개의 외자유치법령을 제정했으며 97년 6월에는 시장환율 적용, 주민들의 자영업 허용 등의 개혁조치를 취해 투자여건 환경을 조성한 바 있다. 30여회에 걸친 해외에서의 투자설명회와 현지에서의 투자포럼도 가졌다.
98년 9월 헌법 개정을 통해서는 대외무역 주체에 대한 국가감독권을 삭제하고 특수경제지대에서의 기업창설ㆍ운영을 장려하는 조문을 추가해 적극적 입장을 표명했다.
개방경제를 뒷받침하기위해 '자본주의 학습'도 하고 있다.
김 총비서가 작년 '자본주의 생존방식과 대기업의 관리능력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는 교시를 경제간부들에게 하달했으며 무역성 산하에 '자본주의제도 연구원'이라는 기구를 신설, 자본주의 및 시장경제에 대한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북한은 작년 7월 평양에서 영국의 워윅(Warwick)대학과 공동으로 '무역과 자본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나아가 경제 관료들을 호주와 중국에 파견해 연수 교육을 추진하는 등 시장경제 '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북한이 작년 10월초 재정ㆍ금융책임자인 재정상을 임경숙에서 문일봉씨로, 중앙은행총재를 정성택에서 김완수씨로 교체하고 12월에는 강정모 무역상을 해임한 후 리광근 전 종합설비수출입회사 사장을 무역상에 전격적으로 앉힌 것은 서방의 대북투자와 무역 확대를 겨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내 경제특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라진-선봉외에도 이미 현대와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개성공단을 공동개발키로 합의한 상태이다. 개성공단 개발은 총면적 2천640만㎡의 공단에 850개 기업을 유치, 연간 200억달러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개혁ㆍ개방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이밖에 북한이 경제특구를 추가로 지정할 경우 서해에 인접한 남포시와 평북 신의주시 및 동해와 마주하고 있는 강원도 원산시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또 다른 변화 방향은 중공업 중심에서 경공업 및 정보기술(IT)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점이다.
김 총비서는 중국 방문을 마치고 북한에 들어서자 마자 평북 신의주에 3일간 머물며 신의주화장품공장 등 이 지역 경공업공장들을 시찰했다. 경공업분야에 대한 김 총비서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실제로 김 총비서는 작년 5월 각 도에 현대적인 기초식품공장을 건설토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작년 12월 중순까지 황해남도 해주, 황해북도 사리원, 함경남도 함흥, 함경북도 청진, 평안남도 평성 등지에 간장ㆍ된장 등을 생산하는 기초식료품공장이 1개씩 건설됐다.
과학기술 발전 및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김 총비서는 상하이에서 첨단산업시설을 중점적으로 둘러 봤으며 노동신문 최근호(1.4)에 게재한 발언에서 '현 시대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지난 97년과 99년을 각각 '과학의 해'로 설정했고 98년부터는 '과학중시사상'을 제시해 전국적인 과학기술 혁신을 촉구했다. 또 88년 7월부터 94년 6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과학기술발전 3개년 계획이 추진됐다.
IT산업도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9년 11월 내각에 전자공업성을 신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근들어서는 컴퓨터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북한은 고등중학교 2학년 이상 학생들에게는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북한의 주요 대학들에는 프로그램학과가 설치됐다. 92년 12월부터 연례적으로 전국 프로그램 경연 및 전시회를 여는가 하면 작년부터는 전국 대학생 컴퓨터 프로그램 경연을 개최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인재 양성 차원에서 평양시내 영재교육 기관과 학교에 `컴퓨터반'을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을뿐 아니라 내각 교육성에는 프로그램교육지도국을 만들고 산하에 프로그램교육센터를 두는 등 컴퓨터 교육체계 확립에도 주력하고 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21세기를 '김정일 세기'라고 규정하면서 새로운 변혁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개혁ㆍ개방에 대한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조건, 예를 들면 국제환경의 조성이나 국내 경제정책의 개혁, 정치적 리더십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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