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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의 심리적 갈등 구조 및 그에 대한 해결 방안
전 우 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I. 시작하는 말
그동안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적응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있어왔다 (김명세, 1996; 김병로, 1994; 민성길과 전우택, 1995; 박종철 등, 1996; 오혜정, 1995; 윤덕용과 강태규, 1997; 이정우와 김형수, 1996; 전우택, 1995, 1997ab; 전우택 등, 1997; 제성호, 1996; 통일부, 1999).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적응은 세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인도적인 측면이다. 같은 민족으로서 열악한 조건의 북한에서 살다가 낯선 남한 사회에 들어와 살게된 북한 동포들을 이곳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인도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둘째는 통일 과정에서의 중요성이다. 탈북자들이 성공적으로 남한 사회에 적응하고 남한 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남한 사람들이 통일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임하게 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도 남한에 들어간 북한 출신 사람들이 남한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는 그들의 남한에 대한 태도, 그리고 통일에 대한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통일 이후의 민족의 통합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과 극단적인 사상적, 군사적 대립, 그리고 교류의 단절로 인하여 남북한 사람들은 많이 이질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화수, 1999; 전우택 등, 1997). 이와 같이 이질화된 남북한 사람들이 통일 이후에 함께 살게 되는 새로운 통일 사회에서 어떤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가를 미리 보고 그에 대한 예상과 준비를 하는데 있어 탈북자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 남한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들은 비록 그 숫자는 많지 않다 할지라도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의 민족 통합에 큰 의미를 가지는 존재들이므로 그들의 남한 사회 적응은 중요하게 다루어 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적응은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정치 사상적 적응 측면이다. 이것은 북한에서 세뇌 식으로 교육 받아온 공산주의 사상, 주체 사상에 의한 획일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정도와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그동안 탈북자들은 이러한 측면의 적응에서는 큰 어려움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우택, 1997a). 이것은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자발적으로 북한 체제를 떠나 온 사람들이고 체제와 사상이 완전히 통합되어 있는 북한 사회를 탈출하여 나온다는 그 자체가 곧 주체사상에서도 탈출하여 나온다는 것으로 탈북자들이 인식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탈북자들은 평등과 공정한 사회적 부의 분배 등 공산주의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가치관에는 나름대로 부분적인 동조를 하는 면도 보였으나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공산주의 사상에서부터 비교적 큰 갈등 없이 벗어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탈북자 거의 모두에게 비교적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경제적 적응 측면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에서 이들이 새로운 경제체제를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경제 활동을 성공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 경제적인 적응은 그 탈북자가 실제로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가를 가지고 평가할 수 있다 (윤덕용과 강태규, 1997; 선한승, 1995). 이 때 탈북자들의 경제적 적응, 즉 돈을 버는 능력에는 매우 큰 개인 차이가 있다 할 수 있다. 즉 개인 사업까지 벌리어 크게 돈을 벌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계속하여 직장조차 가지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늘 처해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있는 것이다 (윤덕용과 강태규, 1997; 통일부, 1999) 그런데 이러한 경제적 적응은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사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들이 남한 사회에 소속감을 가지고 그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여져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등 심리적, 사회적 적응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탈북자들의 경제적 자립 의지와 능력을 효율적으로 높이는 일은 그들의 남한 사회 적응 전체를 위하여 매우 핵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겠다.
세 번째로는 심리적 적응 측면이다. 한 탈북자가 설사 위에서 언급한 정치 사상적, 경제적 적응을 성공적으로 잘 한다 할지라도 그것으로 그가 남한 사회에 적응을 성공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남한 사회 적응이란 그 두 가지 측면의 적응보다도 더 예민하고 복잡한 심리적 적응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루어 진 연구들은 이들이 매우 심각한 심리적 어려움 들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 보인다 (오혜정, 1995; 전우택, 1997a; 전우택 등, 1997).
그러므로 탈북자들은 그들의 남한 사회 적응에 있어서 정치 사상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큰 어려움이 없고, 경제적 측면에서는 개인차가 큰 반면에, 심리적 적응에 있어서는 거의 모두가 비교적 큰 어려움을 가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본 글의 목적은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하여,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 적응에서 가지게 되는 심리적 어려움 들의 구조를 분석해 보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향후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적응 지원에 구체적인 지침이 되도록 하는데 있다.
II. 탈북자들의 심리적 갈등에 대하여
한 인간이 새로운 사회에 들어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적응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이것을 탈북자들에게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첫째, 자신이 지금 와 있어야 할 곳에 적절하게 잘 와 있다는 의식이다. 즉 북한을 탈출하여 최종적으로 들어온 이 남한 사회가 자신이 마땅히 들어와야 했던 바로 그 사회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만족하게 느끼는 감정을 가진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들어와 살면서 이곳은 내가 목숨을 걸고 들어오려 했던 그런 가치 있는 곳이 아니다라는 식의 느낌을 가진다면 그것은 심리적으로 큰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둘째, 새로 정착하는 이 사회에서 자신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의 방식과 속도로 해결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즉 탈북자들은 비록 남한 사회에 들어 온 것 자체는 적절한 일이었다고 느낀다 할지라도 이 곳에서 자신의 문제를 하나도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오로지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기다리고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면 이것은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셋째는 소속감이다. 이것은 자신이 이 남한 사회에 소속되어 있고, 남한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도 받으면서,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하고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가지지 못한다면 비록 앞의 두 가지 의식을 잘 가진다 할지라도 탈북자들은 심리적 갈등을 가지게 된다.
탈북자들의 심리적 적응이 가진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볼 때 그동안 탈북자들의 남한에서의 생활은 매우 불안정한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탈북자들은 남한에 들어와 남한 정부의 정착 지원금도 받았고 직장을 가지거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원도 받았고, 언론의 관심도 받았으며,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며 일상 생활을 하는데 비교적 용이한 것 등의 긍정적인 경험들을 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남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매우 특수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남한 사람들이 통일 자체에 관심이 별로 없어 탈북자들에게도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남한 정부의 지원도 자신들의 기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등의 부정적인 경험들도 하였다 (전우택 등, 1997).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과연 이 남한이라는 사회가 자신들이 북한을 탈출하여 나와 정착을 하여야 하는 그 최종 목적지여야 하는가에 대한 혼란으로 있게 되었다. 둘째, 탈북자들은 워낙 사회 성격에 큰 차이가 있는 남한 사회에 들어와 적응을 하며 아주 큰 문제에서부터 사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것은 마치 갓난 아이가 새로 세상을 배워 나가는 것과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미 성인으로서 나름대로의 생각과 경험을 다 가지고 있는 이들 탈북자들은 외부적 여건으로 말미암아 어린 아이로의 심리적 퇴행을 체험할 수밖에 없었고, 무엇이든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남한 정부나, 담당 보호경찰관이나, 또는 자신들에게 호의를 가지고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존을 하고, 그들의 결정에 수동적으로 따라야 하는 상황을 계속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심리적인 갈등을 계속 만들게 되었다. 셋째, 이들은 소속감에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과 완전히 단절된 가운데 남한 사회 속에서 살면서 아무도 자신을 부르지도 않고 갈 곳도 없다. 처음 가게 되는 모임이나 집단마다 처음에는 크게 관심도 보여주고 환영을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늘 이방인이고 특별한 인간 취급만을 받는다. 직장에서조차 많은 탈북자들은 제대로 책임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을 배정 받지 못하면서 소속감을 못 느낄 때가 많다. 북한을 떠나 왔으나 여전히 그들은 "북한 사람"으로 남한에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에 힘들어한다. 이러한 소속감의 문제가 이들에게 심리적인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III. 탈북자들의 양가감정 갈등 구조 분석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며 가지는 심리적 갈등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공통 구조가 있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양가 감정에 의한 갈등"이라 할 수 있다. 양가 감정이란 두 개의 공존할 수 없어 보이는 감정, 생각, 인식, 충동이 동시에 한 사람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심리적 갈등 상태를 나타내는 정신의학적 용어이다 (Kaplan 과 Sadock, 1998). 이제부터는 탈북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양가 감정을 봄으로써 이들의 심리적 갈등을 이해해 보도록 한다.
1. 탈북자는 특별한 사람이냐 보통 사람이냐?
탈북자들은 반세기동안 분단되어 극단적인 대치상태에 있던 남북한 사이를 물리적으로 이동하였다는 의미만으로도 민족적으로, 그리고 통일적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 사람들이다. 즉 민족의 통일에 있어 일종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고 통일 이후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섞여서 살게 되었을 때에 어떠한 현상들과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전우택 등, 1997). 그러나 동시에 그들 대부분은 평범하게 북한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북한에서 살아왔던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다. 즉 무슨 통일의 큰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한 사상적 고민을 하다가 민족 통일을 위하여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들어오는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들을 가지고 북한을 떠난 북한의 "보통 사람"들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탈북자들이란 개인적인 이유에 의하여 행동을 하였으나 그것이 민족 전체에게 큰 의미를 가지게 된, "특별한 보통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 될 수밖에 없다 하겠다.
이와 같은 탈북자들의 특수한 상황이 이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혼란을 구조적으로 주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 스스로 가진 혼란이라기 보다는 그들을 받은 남한의 태도에 의하여 촉발된 측면이 많다. 즉 남한에서는 이들을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어 자유 대한의 품으로 넘어온 귀순용사"라는 식의 태도로 이들을 대하였고 이들을 여러 반공 강연의 연사와 TV 프로그램 등에 출연자로 출연시켜 북한의 실상을 남한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도록 하는 역할을 가지도록 하였다. 그러면서 이들 탈북자들은 자신들이 한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에 이런 큰 의미가 부여되는 것을 갑자기 체험하게 되었고 그것에 빠르게 "적응"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남한이 탈북자들을 "영웅적인 귀순 용사"로만 보고 이들을 그에 걸맞게 계속하여 일관성 있게 대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남한은 이들 "보통 사람"인 탈북자들이 자본주의의 냉엄한 남한의 현실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는 이들이 남한 사회의 중 하층 계급에 편입되어 일반 사무직이나 또는 노동자로서, 북한에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근면하게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여러 방법과 기회를 통하여 탈북자들에게 남한 사회를 이해시키고 일을 열심히 할 것을 주입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즉 "보통 사람"으로서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 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과 그 정신 자세를 주입하려고 노력한 것이며 탈북자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남한 사회 속에서의 생활을 통하여 이것을 절실하게 체험하게 된다.
이와 같이 "특별한 사람" 취급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보통 사람" 취급을 받는 가운데 탈북자들은 일종의 자아정체성 형성 혼란을 가지게 된다. 심리적으로 성숙하여 자신의 이런 이중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받아들일 능력이 있는 탈북자들에게는 이것이 극복할 만한 과제가 될 수 있겠으나, 그러지 못하는 탈북자들에게 이 혼란은 그들의 모든 생활에 큰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2. 남한 정부에 대한 전적인 의존이냐 독립이냐?
위에서 언급된 심리적 갈등은 탈북자들의 모든 생활과 생각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그것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탈북자들의 남한 정부에 대한 심리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먼저 북한 사회의 통치 방법중 하나인 "영웅 따라하기"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북한에서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유인하는 방법으로 소위 "공화국 영웅"을 선정하고 그를 하나의 역할 모델 (role model)로 하여 전 인민들로 하여금 그 영웅을 따라 행동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과정에서 그 "영웅"으로 선정된 사람에게는 "북한 정부"가 파격적으로 모든 사회적, 경제적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9년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에서 여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가 된 정성옥은 "영웅"이 되었고 그녀에게 김정일은 평양시 내에 고급 아파트를 주고 그들 가족들에게 평양에 있는 직장을 가지도록 하는 등의 혜택을 주었다. 그런데 이것은 정성옥의 경우만이 아니라, 그동안 북한에서는 늘 일상적으로 있었던 일이라 할 수 있으며, 즉 다시 말하면 북한 주민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탈북자들은 남한에서의 강연자로서의 경험, TV 출연 등의 경험을 통하여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남한에 넘어오는 일을 감행한 일종의 "영웅"이라는 의식을 가지게 되고 점차로 그것을 강화하게 된다. 그러면서 북한에서처럼 "남한 정부"가 파격적인 혜택을 자신들에게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그들로 남한 정부에 대한 경제적 기대를 크게 하고 그에 따라 남한 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심리를 가지게 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할 수 있다. 즉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단순히 정부의 배급을 받으며 살아온 경험 때문에 남한 정부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다기 보다는 이들의 북한에서의 "영웅" 대우에 대한 보고 들은 경험들이 이들로 남한 정부에 대하여 경제적인 전적인 의존 기대감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남한 정부가 자신들에게 정해준 교육기간 (하나원)과 2년 간의 보호관찰 기간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반발하는 측면을 가진다. 자유를 찾아 남한에 왔는데, 여기서도 북한에서처럼 강제로 교육도 시키고 감시도 한다는 것에 반발하는 것이며 자신들을 완전히 자유롭게 내놔 달라는 요구들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아직 남한 사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가운데 있게 되는 일이므로 이해할 만한 반응이다. 다만 여기서 눈 여겨 볼만한 것은 탈북자들이 경제적으로는 남한 정부에 완전히 의존하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일상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정부의 어떤 형태의 간섭도 받지 않는 완전 독립을 원하는 양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그들로 심리적인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3. 돈을 무서워 할 것인가 우습게 여길 것인가?
연구자는 한 연구에서 탈북자들이 돈을 절실하게 필요하면서도 동시에 돈에 노예가 되기 싫다는 양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었다 (전우택 등, 1997). 그러나 이들이 돈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양가 감정은 돈 자체에 대한 양가 감정 이외에도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양가 감정이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실제로 탈북자들의 입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다. 정부의 정착지원금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그 외에도 반공 강연에 나가 강연을 하여 강사료를 받는 일도 비교적 쉬운 돈벌이이다. 그리고 교회 등과 연관되어 교회에 나가면서 교회로부터 매 달 생활 지원금을 받는 것도 그 방법이다. 둘째는 어렵게 돈을 버는 방법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여 돈을 버는 방법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직장 생활을 하기에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지식, 훈련이 부족하여 고급 직종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일반 사무직이나 노동직에서 일을 하게 되기에 일반적으로 근무 시간이 길고 노동의 강도도 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윤덕용과 강태규, 1997; 선한승, 1995). 즉 북한에서처럼 대충 시간만 때워서는 직장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위에서 이야기한 돈을 버는 두 가지 방법 중 전자의 방법이 더 쉬우면서도 더 많은 액수를 벌 수 있다는데 있다. 즉 어렵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쉽고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눈앞에 너무 크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더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이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탈북자들이 다 강연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교회에서 지원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자신들끼리 늘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이런 소문, 저런 소식들을 듣고 자신의 처지와 매우 민감하게 비교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직접 강연료를 받았거나 교회에서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다 할지라도 이들은 다른 탈북자들의 경험까지를 자신들의 간접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 한 명이 받은 혜택도 전체 탈북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이 되고 만다. 실제로 남한 사회 정착 초기에 빨리 안정된 직장 생활을 시작할 수 있어야 장기적으로 모든 점에서 안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은 정착 초기에 직장보다는 강연과 교회 지원금 타는 것 등 쉽게 돈을 버는 방법에 관심을 보이는 문제를 가지게 된다. 이것이 이들의 성공적인 남한 사회 적응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결국 탈북자들은 쉽게 돈을 벌면서는 돈이 우습게 보이지만, 돈을 힘들게 벌면서는 돈을 무섭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경험을 동시에 하면서 돈에 대한 양가감정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의식 속에서 잘 통합되지 않을 때 이들은 감정적인 혼란을 가지게 된다. 돈에 대한 극심한 양가감정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극심한 심리적 갈등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두고 온 가족들을 잊어버려야 하나 기억하여야 하나?
탈북자들이 가진 심리적 고통 중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그들의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오혜정,1995; 전우택, 1997a; 전우택 등, 1997). 그 가족들이 자신들 때문에 강제수용소로 옮겨가는 등의 큰 고통을 받을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매일 밤마다 악몽을 꾸는 경우도 있었고 우울증을 야기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은 오히려 이들의 남한 사회 적응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었다. 즉 지금은 자신이 어쩔 수 없어 여기에 와 있고, 가족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으나, 그런 가족들의 고통을 보상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통일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내가 지금부터 여기서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남한 현실에 빨리 적응하고, 심리적 방황도 적은 가운데 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심하게 되면, 그것으로 인하여 오히려 늘 심한 우울증을 가지고 술을 과도하게 마시는 등의 병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러므로 탈북자들에게 있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잊을 수도, 그렇다고 기억할 수도 없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에게 양가 감정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대상들이 되었다. 그동안 탈북자들은 주로 단독 탈출한 젊은 남자들이 많았고, 이들은 북한에서 결혼을 하였다 할지라도 다시 남한에 들어와 남한 여자와 결혼을 한 경우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남한에서의 결혼은 이들 탈북자들로 남한 사회에 소속감을 가지게 하고 정상적인 사회 적응을 하는데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었다 (전우택, 1997a)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결혼은 북한에 두고 온 배우자와 자식들, 가족들에 대한 죄의식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어 심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양가감정을 야기하는 측면을 가지게 하였다.
더구나 최근 들어 북한을 가족 단위로 탈출하여 전원이 남한에 들어오는데 성공을 하는 경우가 있으면서 이들의 심리적 갈등은 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가족들이 북한을 탈출하여 모두 중국에 들어간 후에, 가족 중에 일부만이 남한에 먼저 들어와 자신들이 받은 정착지원금을 이용하여 나머지 중국에 남아있는 가족들 중 일부를 다시 남한으로 들어오게 하고, 그래서 다시 받게 된 정착금을 이용하여 또 나머지 중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남한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시도들이 있게 되면서 탈북자들의 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기 시작하게 되었다. 즉 단독 탈출을 하여 나머지 모든 가족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자들은 북한내의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이 더 강해지게 되었고, 그들과 연락을 취하려는 시도들을 더 하고 싶어지게 되었으며, 이와 동시에 남한에서 새로 결혼을 한 사람들은 남한과 북한에 있는 배우자들과 가족들에게 더욱 심한 양가 감정을 느끼게 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또한 남북한 관계와 통일의 진척 정도에 따라 이들 탈북자들은 통일에 대한 희망이 커질수록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그에 따라 어떤 탈북자들에게는 심리적인 갈등도 더 커지는 이중적인 문제들이 탈북자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5.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인가 북한사람인가?
본 연구자가 실시한 한 연구에서는 이들 탈북자들이 스스로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가를 조사한 바 있었다. 거기서 탈북자들은 자신들을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닌, 조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답들을 가장 많이 하였었다. 그리고 남북한이 축구 시합을 하여도 양쪽 모두를 응원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가장 많이 있었다 (1994년 입국자 19명 중 11명(57.9%), 95년 입국자 31명 중 22명 (71%), 96년 입국자 18명 중 12명 (75%)). 즉 이들은 남한에 들와와 있으면서도 완전히 자신을 남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양쪽 모두에 속하여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전우택, 1997a). 이러한 이들의 감정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즉 남한에 들어와 거주한 기간이 길수록 남한에 대한 소속감이 더 커지는 효과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남북한 사이의 관계가 호전되고 전쟁에 의하지 않은 통일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수록 양쪽 모두에 속하여 있다는 식의 의식은 더 많아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남북한의 관계가 나빠지고 대립할수록 이들은 자신이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를 스스로 명확히 하여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그러나 그것을 명확히 심정적으로 정리할 수 없어 양가 감정적 갈등이 강해지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남한 사회가 자신을 잘 받아주고 있고, 자신이 이 곳에서 잘 적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남한에 대한 소속감이 커지지만, 직장도 가지지 못하고, 남한 사회에서 배척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할수록 이들의 양가 감정적 갈등은 더 커지는 것으로 보였다.
탈북자들의 이런 자아정체성과 소속감의 문제는 이들이 북한 탈북자들끼리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정보를 얻고 집단 행동을 취하려는 태도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라는 사회가 극도로 통제되어 있고 정상적인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상호 감시하는 체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 안에서 산다는 것은 늘 말조심을 하고, 서로를 의심하고 (paranoid), 일종의 소문 (루머)이 강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워낙 정상적인 루트를 통하여는 가질 수 없는 정보들을 늘 의식하고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그런 은밀한 루머에 더 민감한 태도를 가지고 그것을 당이나 국가의 공식 발표보다 오히려 더 신뢰하려는 태도를 가면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에서 이들이 생존하기 위하여 가졌던 생존 방식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남한에서 살게 된 탈북자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장소는 바뀌었으나, 여전히 북한에서 습득된 태도로 남한에서도 생존해 내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늘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들과 관련된 소문 (루머)에 매우 민감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그 내용이 설사 어처구니없는 잘못된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쉽게 의존하려는 태도까지를 보인다. 그래서 탈북자들의 보호업무를 맡았던 보호경찰관들은 탈북자들끼리 모여 소문을 주고받는 것이 그들의 건강한 적응에 큰 장애가 된다고 이야기 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 역시 이들이 자신들을 아직 완전한 남한 사람들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그들이 남한 사회에 완전히 소속감을 가지지 못하여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즉 남한 사회 내의 정상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기에 자신들은 아직 충분히 남한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는 의식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탈북자들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가 공존하기 때문에 이들의 심리는 양가 감정적 갈등을 가지는 것이다.
IV. 탈북자들의 심리적 갈등 극복을 위한 제언
위에서 본 탈북자들의 양가 감정적 갈등은 이들의 건강한 심리적 적응에 장애물이 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해결을 돕는 것이 탈북자들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그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1. 탈북자들에게 양가 감정을 더욱 조장하는 정책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탈북자들의 양가감정은 각자의 개인적인 이유에 의한 개인적인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것은 사회 환경과 남한 정부의 정책에 의하여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들의 양가감정을 더욱 조장할 만한 사회 정책이나 국가 정책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좀더 세분화한다면 다음과 같다.
1) 탈북자들에게 자신들의 위상과 역할에 대하여 정확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탈북자들에게 그들이 강연 연자로 나가거나 TV에 출연하는 것은 그들이 북한식 "영웅"이기 때문이 아니며 따라서 그들도 북한식 영웅으로 스스로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적절히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즉 그들은 분명히 민족 통일을 위하여 특별한 의미를 가진 중요한 사람들이지만, 그것이 곧 그들이 평생 일을 안하고도 북한의 "영웅"들처럼 국가 혜택만 받으며 잘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잘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탈북자들을 직접 대하는 사람들은 일관성 있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탈북자들을 대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남한 정부의 탈북자 지원 정책이 일방적으로 그들의 의존성을 키우게 하는 쪽으로 이루어 져서는 안 된다.
탈북자들이 정착 지원금으로 목돈을 한꺼번에 일방적으로 받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한 국민들의 세금으로 그들이 그런 많은 액수 (탈북자들이 보기에는 무척 적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의 목돈을 그들의 아무런 노력 없이 주어지는 것은 그들이 아직 그런 목돈을 받아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목돈이 아니라 남한에서의 안정된 직업 능력과 직장이라는 점, 탈북자들의 돈을 벌 수 있는 개인차가 커서 어떤 탈북자들은 정착 초기부터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잘 벌 수 있어 실제로는 정착 지원금이 따로 필요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 정도의 목돈이 정착에 많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점등에서 이것은 다시 제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식의 보상은 이들에게 위에서 언급한 심리적 양가 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국가의 지원은 탈북자들의 자립 능력과 자립 의지에 맞추어 그들의 기본적 생활 지원 영역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많고 건강이 나빠 도저히 자기 스스로 돈을 벌기 어려운 사람은 평생 생활보호 혜택을 받도록 지원하여야 하지만, 능력은 있고 자립 의지는 없어 일을 안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지원이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은 탈북자들로 하여금 건강하게 남한 사회의 일원으로 빨리 편입하는 것을 유도하는 국가 지원이 되어야 한다.
3) 교회와 시민단체들의 탈북자 지원 방식이 단순 금전 지원만으로 이루어 져서는 안 된다.
탈북자들을 지원하려고 애쓰는 민간 단체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다만 그런 지원이 진정으로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적응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그러한 지원이 탈북자들의 의존심을 높이고 그들의 돈에 대한 양가 감정적 갈등을 높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그러한 의미에서 단순히 매달 얼마의 돈을 무조건 지원해 주는 방식은 위험하다. 그러한 지원에는 반드시 어떤 노동 (예를 들면 교회에서 봉사를 하거나 시민 단체 사무실 일을 돕거나, 회보에 원고를 쓰도록 하거나 하는 등의)이 요구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일에 동의를 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서 지원을 하는 제도를 가져야만 탈북자들에게도 진정한 도움이 되고 지원하는 쪽에서도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이다.
2. 탈북자들에 대한 심리적, 정신 건강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본 글에서 지적된 탈북자들의 양가 감정에 의한 갈등은 그 개인의 선택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많은 문제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요소 등에 의하여 이러한 갈등이 더욱 심하게 있을 수 있을 수 있게 된다. 이때 탈북자들 중에는 이러한 심리적 갈등을 어떤 형태로든 극복하지 못하고 중대한 적응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즉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보이고 그에 따라 제대로 직장 생활이나 학교 생활 등의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는 알콜 중독, 범죄 행동, 자살 시도까지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꼭 탈북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에 편입되어 들어가 제대로 적응하는데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디서나 나타나는 문제이다 (전우택, 1997b; Westermeyer, 1989). 따라서 이러한 탈북자들의 심리적 갈등과 적응 장애를 사전에 선별하고 그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전체 탈북자 지원 시스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탈북자들에 대한 정신건강 지원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첫째, 전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기 선별 (early screening) 이다. 이것은 모든 탈북자들에게 가급적이면 일찍 그들이 심리적 갈등을 처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신 건강과 심리적 능력 (capacity)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선별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탈북자들은 나름대로의 좋은 심리적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 모두가 다 적응과정에서 양가감정에 의한 심각한 문제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선별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들에게 예상되는 심리적 갈등을 미리 교육도 시키고, 또한 특히 적응상의 어려움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미리 선별하여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둘째, 선별된 탈북자들에게 치료 및 중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것은 첫 단계에서 선별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그런 심리적 갈등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개인 면담, 집단 면담, 정기적 평가, 개인적 지원 대책 마련, 필요에 따라서는 정신의학적 치료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초기 선별 과정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로 남한 사회 속에서 생활을 해 가면서 문제가 심각해진 사람들도 추가적으로 포함되도록 되어야 한다.
3. 탈북자들의 양가 감정을 남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남한 사람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탈북자들의 심리적 양가감정을 바라보는 남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어야 할 것은 이러한 양가 감정이 탈북자들의 심리적 미성숙이나 문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러한 양가 감정은 탈북자들과 같은 성장 배경과 입장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매우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심리 상태임을 남한 사람들이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북한의 분단과 갈등 상황 자체가 모순된 양가 감정적인 대립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분단과 연관된 모든 감정들은 양가 감정이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우리와 같은 동포의 나라인 동시에 우리와 극한적 대립을 하고 있는 전 세계의 유일한 국가이다.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인 동시에 그 같은 언어를 가지고 가장 격렬한 비난을 주고받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마치 탈북자들만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한 사람들도 북한과 탈북자들에게 대하여 양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남한 사람들에게도 혼란과 갈등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탈북자들의 양가 감정만을 문제삼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인은 누구나, 남한 사람이든 북한 사람이든, 통일 문제에 있어 양가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탈북자들이 가지고 있는 양가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통일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남한 사람들이 탈북자들, 그리고 나아가서는 북한 사람들 전체와 통일에 대하여 더 객관적이고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난민들이 새로운 사회에 편입되어 적응할 때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그 사회가 얼마나 타문화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들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것이 보고되었다 (Beiser 등, 1988; Berry 등, 1977; Dion 등, 1978; Murphy, 1965; Willie 등, 1973). 따라서 남한 사회에 있어서도 탈북자들이라고 하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높이는 것은 통일의 준비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여기에는 탈북자들을 좀더 통합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지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탈북자들은 마치 백지 상태의 갓난아이처럼 남한 사회에 들어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북한에서 모든 성장과정을 마치고 교육을 받아 한 명의 독립되고 완성된 사람들로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과거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존재가 되라고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시각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들 탈북자들은 많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열악한 북한에서 살아야 했고, 그곳에서 조차 계속 살수 없는 어려움을 가져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남한에 들어오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지나야만 했던 사람들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들은 정신적으로 많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인 것이다. 거기에다 더하여 이들은 남한 사회에 새로이 적응하면서 많은 양가 감정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 명의 탈북자를 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탈북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V. 마치는 말
누구나 사람들은 심리적인 갈등을 가지고 세상을 산다. 그리고 그 많은 갈등들은 양가 감정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 탈북자들도 그런 갈등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런 갈등은 꼭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다. 누구나 그런 갈등을 통하여,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경험을 통하여 그는 인간적으로 더 강하고 성숙한 존재로 변해 가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살 때도 갈등은 많았을 것이다. 따라서 남한에서도 그런 심리적 갈등이 있다고 당황할 것은 없다. 침착하게 그 갈등의 실체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해결해 간다면 그것이 남한에 들어온 진정한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될 것이다.
민족적으로도 탈북자들이 가지는 이러한 양가 감정적 갈등은 의미가 있다. 탈북자들은 민족 전체의 모순과 갈등을 가장 먼저, 그리고 예민하게 나타내 보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갈등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그들에게 진지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하여, 분단되고 이질화된 우리 민족에게 있어야만 하는 진정한 "사람의 통일"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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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1> 현재생활에서 탈북자들이 가장 어렵다고 응답한 내용(빈도순)
※ 1인당 두 개씩 응답함
<표 12>탈북자 정착지원을 위한 건의사항(빈도순)
<표13> 앞으로 통일이 되었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빈도순)
※ 1인당 두 개씩 응답함
첫 6개월의 남한생활에서 탈북자들이 가장 힘들었다고 응답한 내용
(빈도순)
※ 1인당 두 개씩 응답함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의 심리적 갈등 구조 및 그에 대한 해결 방안 
